「피노키오」는 이탈리아인 카를로 콜로디의 작품으로 1883년에 출판되었다. 전 세계 260개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고, 1940년에는 월트 디즈니에 의해서 각색되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의 줄거리는 대부분 소설 원작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내용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은 82년 후에 실사 영화로 제작되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피노키오’다.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톰 행크스를 볼 수 있어서 꽤 반가웠다. 역시 명불허전으로 피노키오의 아버지 제페토 역을 감동적으로 잘 살려냈다. 전체적인 미술과 그래픽도 훌륭했는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각종 시계가 가득 걸려 있는 제페토의 공작실이었다. 방 안의 세세한 디테일과 조명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피노키오 동작을 그대로 CG로 살려낸 부분도 어색하지 않아서 좋았다. OST 역시 훌륭했는데, 디즈니 영화의 오프닝 때마다 불꽃놀이와 함께 매번 등장하는 그 유명한 주제곡 ‘별님에게 소원을 빌 때’(When you wish upon a star)가 피노키오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필자는 이렇게 유명한 작품인 피노키오를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실사 영화를 먼저 감상 후에 애니메이션을 이어서 감상했는데,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에 이해가 잘 안 가는 내용이 있어서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보면 각색되어서 달라진 부분, 생략된 부분,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피노키오가 디즈니의 최고 걸작 중에 하나로 인정받는 이유는 연출과 OST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토리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기 위해 갖추어 나가야 하는 덕목들에 대해 작가는 요정의 입을 빌려서 말하고 있는데, 바로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선택하는 법을 배워서, 용감하고 정직하며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진짜 소년이 될 수 있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진짜 소년’이 되는 이 조건은 사실 ‘진짜 어른’이 되는 조건이다. 그래서 필자는 묵직한 충격을 받았다. 어린이 영화에서 이 정도의 가톨릭적 가치를 전하고 있는 영화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고전이 주는 힘이구나’ 했다. 아쉽게도 새롭게 해석된 영화 ‘피노키오’는 이러한 가치 전달 측면에서는 전작만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 반드시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를 함께 감상하기를 권한다.
강언덕 신부(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