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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81)원더풀 라이프

영원히 머물고 싶은 행복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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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원더풀 라이프’는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중간역 ‘림보’에서의 일주일을 그리고 있다. 림보는 가톨릭에서의 ‘연옥’을 연상하게 하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데, 이곳에 모인 이들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르면, 림보의 직원들은 그들이 천국에서 영원히 간직할 영상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 동안 정성을 다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다르듯 사람들의 사연도 제각기 다르고, 저마다 ‘가장 소중한 추억’을 고르기 위해 고민한다. 지진이 났던 날 대나무 숲으로 대피했던 어린 시절 기억을 선택한 할머니는 지진의 무서움보다 대나무 숲에서 엄마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던 추억을 소중히 여긴 것이다. 두려운 재앙도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치매로 아홉 살의 기억을 간직한 또 다른 할머니는 아름다운 추억이 벚꽃이 흩날리던 날이어서 계속 꽃을 찾아다닌다. 할머니의 추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가짜 벚꽃 잎을 세트장에 뿌리는 직원과 자신에게 소중한 꽃잎을 모아 직원에게 선물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훈훈한 감동을 준다. 칠십 평생 이기적인 삶은 살았던 와타나베씨는 기억에 남는 추억이 없다고 해 림보의 직원들은 그의 삶을 기록해 놓은 비디오를 보여준다. 비디오를 본 뒤 “과분하게 자신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준 것이 아내였다”고 고백하며 ‘아내가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선택한다. 일상의 일들이 ‘추억’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감동이 있어야 함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수상을 비롯해 일본 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으로, 영화의 소재를 얻기 위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상적인 답변을 한 실재 인물들을 영화에 직접 등장시켰다고 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배우를 통해 연출된 장면과 일반인들이 출연하여 왠지 어설퍼도 정겹게 느껴지는 꾸미지 않은 듯한 매력적인 장면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주인공 모치즈키 다카시(이우라 아라타 역)는 청년 시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지만, 생전에 사람들과의 교감도, 마음을 드러낸 적도 없어, 소중한 순간을 정하지 못하고 50년간 림보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첫사랑 여인의 소중한 추억이 자신과 함께했던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가 오십 년간 바라보던 가짜 달(미술 담당이 세트에서 사용하기 위해 매일 열심히 그린 달)을 보며 ‘오늘은 유난히 아름답다’고 한다. 이제 그에게도 마음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달, 진짜 꽃잎이 아니어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컴퓨터 과학의 발달로 완전한 지능을 갖춘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가 왔지만, 추억을 그리는 감정은 인간이 갖는 소중한 감성이라는 면에서 ‘원더풀 라이프’는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이다.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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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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