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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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 (192)피노키오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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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산 책이 「피노키오」였다. 교과서보다 더 두꺼운 책을 들고 신기하게 앞뒤로 돌려보던 기억이 난다. 고향 같은 피노키오가 반갑다.

‘피노키오’는 이탈리아 동화작가 카를로 코레디에 의해 신문 연재물로 발표된 후 책, 애니메이션, 만화, 오페라, 실사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소개됐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피노키오를 다룬 네 번째 애니메이션으로, 감독은 원작을 해치지 않고 사이사이 행간을 채워 넣음으로써 같은 듯 다른 느낌을 담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이탈리아라는 시공간적 배경을 넣어 피노키오에게 시대를 입히면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해 구태의연함을 벗었다.

푸른 요정이 금발의 예쁜 여인으로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푸른빛의 매력적인 사이보그 요정으로, 피노키오의 심장 부위에 살며 그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귀뚜라미 역시 사이보그 귀뚜라미 같다.

서로만 있으면 온전히 충만했던 아빠 제페토와 아들 카를로.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떨어진 포탄에 의해 카를로가 죽는다. 너무도 큰 슬픔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던 제페토는 아들 무덤 곁에 있던 나무를 잘라 인형을 만든다.

나무인형이던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에 의해 슬픔에 지친 제페토를 기쁘게 하라는 사명과 함께 생명을 받는다.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피노키오가 제페토를 기쁘게 하는 일은 아직 멀기만 하다. 하는 일마다 일은 꼬이기만 하니 말이다.

행간을 채우듯 들어간 이야기 안에는 이전의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시대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담겨 있다. 시장 포데스타의 아들인 캔들윅은 동료라도 싸워 이기고 죽이라는 아버지의 요구 앞에 잠시 주저하지만 거절한다. 함께 도달했으니 함께 승리자인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무이기에 죽을 수 없는 운명의 피노키오는 빨리 구하지 않으면 죽어가는 아버지 제페토를 위해 스스로 운명을 깨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푸른 요정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귀뚜라미도 친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기는 것, 많이 가지는 것, 영원히 사는 것? 함께 할 벗이나 가족이 없다면,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며 토닥이는 이가 없다면….

푸른 요정의 소명은 작은 것들, 잊힌 것들, 길 잃은 자들을 돌보는 것이다. 피노키오에게 슬픔에 빠진 제페토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며 매 순간이 마지막인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피노키오가 카를로처럼 되기를 원했던 제페토의 마지막 말도 소중하다.

‘피노키오야, 카를로가 아니라 너 자신으로 살아라.’



11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그림2]]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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