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2-3)
2020년 개봉했던 ‘그린랜드’는 할리우드에서 만든 재난 영화 중 하나이다. 주인공 ‘존 앨런 개리티’는 건축기사로 아내 ‘앨리슨’, 당뇨병에 걸린 아들 ‘네이선’과 살고 있다. 아들의 생일 파티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간 존은 갑자기 대통령 경보 문자를 받는다.
영화 초반부터 성간 혜성 ‘클라크’의 존재가 언급되는데, 빠른 속도로 지구 근처로 다가오지만, 대부분의 파편이 대기권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어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 파편이 지구에 떨어져 큰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존이 받은 문자는 존과 앨리슨, 네이선이 특별한 대피 대상자가 되었다는 것이었고, 정해진 시간까지 공군 기지로 오라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존의 가족 외에 동네 주민 대부분이 대피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존은 오갈 데 없는 이웃을 외면하고 떠난다.
존의 가족은 어렵게 공군 기지에 도착하지만, 네이선이 당뇨병에 걸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대피 대상자에서 탈락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슐린 주사를 찾으러 갔던 존은 가족과 헤어지게 되고, 앨리슨은 약국에 갔다가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네이선과 떨어지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앨리슨 아버지의 집에 모든 가족이 다시 모이게 되는데, 다음 날 오전에 공룡이 멸종할 때보다 더 큰 파편이 지구에 떨어진다는 뉴스를 듣게 된다. 존은 여행 도중 대피소가 그린랜드에 있다는 것과 여기로 갈 민간 비행기가 캐나다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가족을 살리기 위해 함께 캐나다로 향한다.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봤다면 예상이 되듯이 힘겨운 여정이지만 존의 가족은 대피소에 무사히 도착하고 재난을 극복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보고 싶은 것은 소원해진 가족 관계의 회복이다. 영화 초반부터 집에 들어가기를 꺼리고, 아내와의 대화를 피하는 존의 모습이 이상한데, 존과 장인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존은 선을 넘어 외도했고, 이것 때문에 아내와의 관계가 나빠졌다.
그러나 재난 앞에서 생존을 위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가족에 대해 소중함은 커진다. 기지국 연결이 잘 안 되어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기 어렵게 되자, 서로의 소식과 안녕을 전하는 것 자체도 간절해진다. 어렵게 다시 만났을 때 존은 앨리슨에게 자신의 외도를 인정하고 사과한다. 그렇게 존과 앨리슨, 네이선은 다시 화목한 가족이 되어 간다. 이것뿐만 아니라 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존재였다면 가족과 함께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2023년 새로운 희망의 한 해를 시작했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은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 팬데믹과 전쟁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서로를 의지하며 이겨낼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잘 인식하고, 가정 공동체 안에서 신앙과 삶을 함께 완성해 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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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 신부(성바오로수도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