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베크만의 원작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영화화한 것이다. 스웨덴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했는데, 이번에 다시 미국판으로 제작되었다. ‘터미널’, ‘허드슨강의 기적’ 같은 굵직한 영화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삶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흑백의 삶이 컬러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 이 기적과도 같은 순간은 대개 누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해 생겨난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순간이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 순간은 주인공 ‘오토’가 아내 ‘소냐’를 만났을 때다.
어려웠던 젊은 시절. 돈을 벌려고 군에 입대하려 했던 그는 신체적 결함으로 군대에 갈 수 없었고, 직장을 구할 가망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나타나 삶을 기쁨과 희망으로 물들여준 여자가 바로 소냐다. 컬러로 변했던 그의 삶이 다시 흑백으로 변하게 된 때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병에 걸린 소냐가 그의 곁을 떠났을 때다. 그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 채 외부와 연결된 모든 것을 끊어버리고, 아내를 따라 저세상으로 가고자 한다.
그런 오토 앞에, 아직은 저세상으로 갈 때가 아니라고 그를 현실로 잡아끄는 ‘귀찮은’ 이웃이 나타난다. 그의 맞은편 집으로 이사 온 ‘마리솔’이 바로 그 이웃이다. 멕시코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온 마리솔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시끌벅적하게 살면서 수시로 그의 삶에 끼어들어 그를 훼방 놓는다. 오토는 빨리 저세상으로 가서 아내를 만나고 싶은데, 이것저것 부탁을 하며 질문을 해대는 그녀가 성가시기만 하다. 하지만 이 성가신 존재와의 만남은 오토에게 두 번째 기적의 순간이 된다.
마리솔과의 만남으로 그의 삶은 계획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이 흐름은 그의 삶을 조금씩 컬러로 변하게 만든다. 규칙과 질서, 까칠함과 무뚝뚝함으로 무장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있던 오토는 비로소 다른 존재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자 그의 삶은 자신이 받아들인 바로 그 존재들로 인해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진다.
영화는 진정한 이웃과 공동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서 돌아보게 한다. 살다 보면 지치고 힘들어 삶의 끈을 놓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곁에는 우리를 생각해주는 이웃이 있고, 그래서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 삶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고, 우리가 살아갈 의지를 내기만 하면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기꺼이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남에게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기쁘게 살아라. 무덤에 가서 기쁨을 찾을 생각은 하지 말아라. (집회 14, 16)
3월 29일 개봉
서빈 미카엘라(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극작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