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사랑한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카피가 참 잘 어울린다. 그는 E.T., A.I., 죠스, 쉰들러 리스트, 쥬라기 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 장르도 다양하게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에 좋은 자국을 남겼다. 영화 ‘파벨만스’는 스필버그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의 눈은 반짝였다. 마음을 쏙 뺏은 장면이 다시 보고 싶어서 귀한 장난감을 망가뜨릴 만큼 어린 소년은 빠져들었다. 아빠의 8㎜ 카메라를 들고 일상을 찍기 시작하던 새미(스필버그의 애칭)는 어느새 시나리오를 쓰고 친구들을 모아 영화를 찍는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감정에 맞추어 자유로이 춤도 추며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명랑한 엄마와 그런 엄마를 지긋이 바라보며 미소 짓는 과학도 아빠, 활기찬 세 명의 동생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늘 신나고 즐겁다. 이상한 조합이라면 아빠의 친구로 회사의 부하직원인 아저씨가 이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이 계속될 것 같던 평화는 아빠가 큰 회사로 옮기면서 깨지기 시작한다. 유다인인 새미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함께 살던 아저씨가 오지 못하면서 엄마는 흔들린다. 사랑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했던 남편과 달리 늘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유머로 활기를 주던 남편의 친구에게 더 의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엄마는 아빠와 이혼한 후 그 사랑을 찾아 떠나고, 새미는 친구들의 활동을 영화로 찍으면서 친구들 속으로 들어간다.
이후 새미는 아빠의 권유로 대학에 들어가지만, 영화가 아닌 다른 공부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못한 탓인지 공부가 너무 힘들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 네 삶은 온전히 너의 것이야”라며 아들의 꿈을 지지하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얻고, 다행히 아빠에게마저 이해받게 된 순간 영화사로부터 면접 연락이 온다. 쉽게 펼쳐질 것 같던 그의 여정은 어려움도 겪지만 간절한 갈망을 따라 열리기 시작한다.
자유로운 영혼인 엄마의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아껴주어야 해”라는 말이 남는 것은 왜일까? 아들에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길을 가게 하고, 자신 역시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간 여인. 아들은 엄마를 사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다.
한 인간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데 얼마나 많은 요인이 작용하는지…. 살며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지만, 자라고 성숙하는 데 기쁨도 고통도 피할 수 없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작품은 깊고 넓어졌을 것이다. 이야기꾼인 스필버그는 다른 많은 이야기도 좋지만, 자신의 이야기도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단다. 이 가정만이 지닌 특별한 모습과 어느 가정이나 있는 보편적인 정서와 갈등 덕분에 우리의 가정을 돌아보는 듯한 아련함을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영화다. 어린 시절부터 보이는 영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비범함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지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역할이 위대한 감독을 만드는 데 한몫했음을 느낀다.
3월 22일 극장 개봉
손옥경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