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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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토마스 의사 기리는 전남 장흥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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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30분, 중국 하얼빈 역에서 총탄 3발이 발사됐다. 조선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명중해 절명하게 한 탄환은, 독립과 평화를 갈구하는 이들의 큰 외침이었다. 안중근(토마스·1879~1910) 의사는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조선독립과 동양평화를 염원했던 민족 영웅이었다.

중국 뤼순 감옥에서 장엄한 최후를 맞았던 안중근 의사 유해는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못한 상태다. 그토록 바랐던 독립이 찾아왔건만 고국 땅에 묻히지도 못한 채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숭고한 뜻은 이 땅에서 계속 승화되고 있다. 안 의사와 별다른 연고도 없는 전라남도 장흥군에 그를 기리는 유일한 사당이 있고, 그의 동상이 세워져 조국 바다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하얼빈 의거 111주년, 순국 110주년을 맞아 이경규(안드레아)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전 안중근연구소 소장)와 함께 전남 장흥군 일대 순례길에 나섰다.











10월 9일 이경규 명예교수와 함께 찾은 전남 장흥군. 안중근 의사를 추모할 수 있는 사당인 해동사(海東祠)를 찾기 위해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만수마을’ 일대를 올라가는 길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장흥군이 인근을 안 의사 추모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이렇게 안중근 의사를 기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해동사, 이 3칸짜리 사당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추모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안 의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기도 하다.

해동사에 들어서자 먼저 정면에 있는 안 의사 영정 사진이 후손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듯 했다. 결의에 찬 눈빛, 무엇보다 민족을 위하고 하느님 평화가 이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바랐던 한 신앙인의 뜻이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영정 옆쪽으로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시간인 오전 9시30분에 멈춰 있는 오래된 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해동사에는 안 의사 유묵(복제품)도 몇 점 전시돼 있었는데 특히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썼을 ‘제일강산’(第一江山)과, 순국을 얼마 앞두고 사후 세상에 대한 염원을 담았을 ‘극락’(極樂)이라는 문구가 지금도 선명하게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해동사가 이처럼 안 의사를 모시게 된 것은 지난 1955년의 일이다. 장흥 지역 죽산(竹山) 안씨 문중은 1946년 만수마을에 조상들 공덕을 기리는 사당인 만수사(萬壽祠)를 착공해 1951년 완공했다. 이후 순흥(順興) 안씨가 본관인 안 의사가 후손이 국내에 없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은 안홍천(1895~1994)씨가 안 의사를 기리는 사당을 건립하자고 문중에 제안했고, 문중과 뜻을 같이한 지역 유지들이 성금을 보태면서 1955년 만수사 옆에 1칸짜리 사당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안 의사를 기리는 사당이 지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해동명월’(海東明月)이라는 편액을 내렸고 이 글에서 본 따 ‘해동사’라 명명했다고 한다.

1955년 10월 27일에는 안 의사 위패 봉안식이 안 의사 딸 현생(데레사·1902~1960)씨와 5촌조카 춘생씨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또 당시 문교부 장관을 대신해 고등교육국장이 참석했는데 이는 국가적인 추모 시설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여겨졌다.

해동사 창건 40여 년이 지난 1996년, 문중과 유림 그리고 지역민들이 만수사 아래에 따로 터를 마련했고 안 의사 순국 90주년이었던 지난 2000년 3칸 맞배지붕으로 사당을 다시 지은 것이 지금의 해동사다.

해동사 옆에는 안 의사 어머니인 조마리아(본명 조성녀) 여사가 안 의사에게 보냈던 편지가 전시물로 소개돼 있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조 여사는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 사람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天父)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고 했다.

해동사에서 만난 장흥군 안씨 종친회장 안종복(베드로·82)씨는 “해동사는 비단 우리 안씨 문중만의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을 포함한 후손들 모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중근 의사 정신을 본받기 위해 해동사에 많이들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군에서 안중근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해동사 뿐만이 아니다. 해동사에서 차량으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정남진 전망대’(장흥군 관산읍 삼산리)에는 안 의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지난 2011년 7월 건립된 이 동상은 높이 4m 규모로 안 의사가 단지(斷指)한 왼손으로 당당하게 서서 앞 바다(태평양)를 가리키는 모습이다. 서울 정남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 ‘정남진’으로 이름 붙여진 이 곳 전망대는 실제로 동경 126도에 위치해 있어 북쪽으로 바로 올라가면 중국 하얼빈 역과 만나게 된다.

동상 건립문에는 다음과 같은 안 의사 유언이 새겨져 있다. “국권이 회복되거든 나를 고국으로 옮겨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 의사 동상은 서거 100주년을 맞아 안재성씨가 5000만 원을 기부해 세워지게 된 것이다. 당시 동상건립추진위원장이었던 안종복씨는 “일본이 역사 왜곡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동상을 건립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규 명예교수는 순례를 마치면서 “안중근 의사는 가톨릭 평신도 신앙 모범이었으며 사랑과 평화 자체이신 하느님을 증거하고 실천에 옮기려 했던 분”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안 의사를 기리는 열기를 느낄 수 있어 감회가 깊다”고 소회를 밝혔다.



◆ 해동사 개발 나선 장흥군

70억 투입해 안 의사 추모공간 조성


전남 장흥군(군수 정종순)이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1주년과 순국 110주년을 맞은 올해를 ‘정남진 장흥 해동사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해동사 인근을 새로운 역사·문화·교육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나섰다.

장흥군은 총 사업비 70억 원을 투입한 ‘안중근 의사 추모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장흥군 장동면 만수마을 해동사 인근을 안중근 의사와 관련한 역사·문화 명소로 만들고 청소년 교육 공간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을 통해 마련될 예정인 역사체험관은 기획전시실과 추모실, 체험전시실로 구성될 예정으로 현재 세부 내용을 준비 중이다. ‘애국 탐방로’도 마련돼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담은 스토리보드가 설치되고 테마길도 조성된다. 추모기념관에는 안중근 의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추모 광장이 마련된다.

장흥군이 이처럼 나서게 된 것은 해동사가 국내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다, 군 일대가 임진왜란과 동학농민운동이라는 역사 속 항일(抗日) 유적이 산재한 ‘의향’(義鄕)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흥군 회진면 ‘회령진성’ 일대는 이순신 장군이 조선 수군을 재건해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현장이며, 장흥읍 ‘석대들’은 동학농민운동 최후 격전지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해동사 개발과 더불어 장흥군은 지난 6월부터 군내 ‘친일잔재’를 청산한다는 목표로 전담팀을 구성해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 명칭, 친일 관련 기록물, 문화유산과 문화재 등을 조사하고 있기도 하다.

장흥군청 김대중 문화관광과장은 “안중근 의사 나라 사랑 정신을 보다 많은 분들이 기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동사를 역사 탐방 명소로 만드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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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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