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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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배고픈 청년들… 교회, 청년들의 밥집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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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 문간, 젊은이 따순밥집, 밥집알로, 청년식탁 사잇길…. 요즘 교회가 연 식당들 이름들이다. 신부, 수녀들이 청년을 위해 앞치마를 둘러매고 주걱을 들었다. 누구나 1000원짜리 몇 장이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곳, 특별히 청년들을 응원하는 식당들. 다른 많은 사목 중에서도 교회는 왜 밥을 차리고 있을까.

■ 교회, 청년 위한 밥집이 되다

2017년 글라렛 선교 수도회 이문수(가브리엘) 신부가 시작한 ‘청년밥상 문간’이 1월 30일 제주점 문을 열었다. 정릉점, 이대점, 낙성대점에 이어 벌써 4번째 식당이다. 문간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에는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바오로 수사)이 서울 역촌동에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밥집알로를 열었고,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광주광역시 양림동에 젊은이 따순밥집(원장 이혜정 글로리아 수녀) 문을 열어 청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교회 내에 청년들을 위한 밥집이 연이어 마련될 예정이다. 전주교구는 오는 3월 10일 전북대가 자리한 전주 금암동에 ‘청년식탁 사잇길’(담당 김회인 바오로 신부) 축복식을 앞두고 있고, 의정부교구와 부산교구도 청년들을 위한 밥집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교회가 왜 청년을 위해 밥을 차릴까. 청년밥상 문간 사장 이문수 신부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밥을 주러 오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밥은 우리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면서 “꿈, 미래를 그려야하는 청년들이 밥을,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는 인식이 교회 안에서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여전히 배고픈 청년들

이 신부의 말처럼 청년들은 배고프다. 은유나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의식주 중에서 청년들이 가장 먼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식’(食)이기 때문이다. 2017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83.1가 하루 1끼 이상 굶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장 큰 이유가 ‘3끼를 다 먹으면 식비 부담이 커서(43.2)’였다.

최근 급격하게 물가가 치솟으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알바천국이 지난해 10월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청년은 89.5였다. 청년들은 그 이유로 70 가량이 ‘용돈이 부족해 스스로 추가적인 용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 약 30가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들은 물가 상승이 가장 크게 체감되는 항목으로 식비(91.1)를 꼽았다.

특히 청년층은 대학, 취업, 고시공부 등으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아 매 끼니 밥을,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자립준비청년이나 아동급식카드의 혜택을 받던 청년들은 만 18세면 기존 생활지원이 끊겨 더 큰 어려움에 처한다. 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하는 결식아동의 수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젊은이 따순밥집을 열기 위해 1년 이상 청년들의 실제 상황을 조사한 이혜정 수녀는 “청년들이 겪는 사각지대를 멀리서 볼 것이 아니라 직접 그 사이에 들어가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수녀는 “청년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이 너무 크다”며 “밥을 굶을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무리 해도 취업이 안 돼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 만남의 공간, 식탁

교회가 운영하는 밥집은 단순히 밥을 주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관계자들은 ‘식탁’은 결국 ‘인격적 만남’의 공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취업도 힘든 각박한 환경 속에서 홀로 서기하는 청년들에게 일단 육적인 밥이 시급하지만, 그보다 영적인 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밥집알로를 운영하는 박종인 신부(요한·예수회)는 밥집알로 봉사자들에게 “청년들에게 밥만 줄 것이 아니라 같이 섞여서 식사를 하라”고 요청한다. 청년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청년들을 위한 봉사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박 신부는 “밥집알로를 찾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다양한 봉사자와 만나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간혹 봉사자분들을 통해서 취업에 도움을 얻는 경우도 있다”면서 “밥을 계기로 고민을 상의할 수 있는 조언자, 멘토, 집안의 어른을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밥집알로뿐만이 아니다. 젊은이 따순밥집은 2층에는 밥집을 1층에는 찻집을 두고 찻집 한편에서 청년들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밥상 문간도 청년희망로드, 청년영화제, 세대공감잇다, 연탄나눔 등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이 사람들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대부분의 청년밥집이 청년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다.

청년식탁 사잇길을 준비하고 있는 김회인 신부는 “길이라는 여정 안에서 ‘사람이 있고, 사람을 잇는’, 세대와 세대, 또래와 또래를 연결하는 식탁이라는 의미를 밥집이름에 담았다”며 “밥을 주고, 밥을 먹는 역할이 나뉜 것이 아니라 모두 한 식탁에서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밥집

교회가 운영하는 청년밥집에서 1끼를 먹을 수 있는 가격은 지역과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00~3000원 선이다. 청년 밥값의 마지노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학 학생식당 가격이 지난해 7000원 선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밥값을 받는 이유는 밥값을 내는 것이 청년들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가 급상승하고 식자재 이외의 운영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후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더 많은 청년밥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정성이 필요하다.

청년밥상 문간 이문수 신부는 “대학로에도 식당을 열려고 준비했는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식당을 늘릴 수 없어 개점 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 같지만, 경기가 어려운 데도 많은 분들이 후원을 이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이어나갈 수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청년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함께해주신다”고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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