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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 공동기획 ‘우리는 모두 하나’] (7) 빈곤과 배제 사이에 선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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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서울연구원이 7개 빈곤영역(경제/건강/사회자본/노동/교육/복지/주거)으로 분석한 ‘서울시 청년의 다차원 빈곤실태’에 의하면, 서울 청년 10명 중 9명은 어떤 형태로든 1개 영역에서 빈곤을 경험하고 있고, 3개 이상 영역에서 빈곤을 경험하는 중복빈곤율도 42.4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주로 경제, 건강, 사회적 자본, 노동 영역의 빈곤이 많이 거론되었는데, 단순히 소득만으로 빈곤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호소하는 상대적 박탈, 미래에 대한 절망, 고립 등을 포괄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청년들이 성인 초기부터 사회의 한 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시의적절하게 교육, 일자리, 독립(주거), 사회적 관계 등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빈곤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연령별 상대적 빈곤율 그래프(나이와 비례해서 높아지는 양상)와 자살률 그래프가 거의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청년 시기의 빈곤은 이후 시기의 빈곤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지역 차원에서 이뤄진 자살 연구들도, 소득뿐 아니라 지역의 고령화 수준(상대적 빈곤과 관련)과 이혼율(사회통합 수준과 관련), 복지 및 의료지원 수준(정책적 대응과 관련) 등과 자살률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서울지역 내 자치구 간 자살률 격차를 연구한 내용들도 상호신뢰관계에 기반을 둔 사회자본과 자살률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위험인지도(사회통합 수준이 낮고, 지역 빈곤율이 높은 지역)가 높은 지역에서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 인구 사회학적 특성의 세대 간 전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 세대의 직업적 지위가 세습되는 것은 물론, 부모 세대보다 못한 상황에 놓인 젊은 세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어느 세대보다 능력주의(자신도 노력하면 사회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를 신봉하고 자신들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노력한 세대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미 드리워져 있던 부모 세대의 빈곤과 사회적 배제라는 메커니즘은 마치 천형(天刑)처럼 이들의 기본 잠재 능력 향상과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와 자녀인 청년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미 그들과 무관한 세상은 몇 배의 가속도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실컷 뛰고 난 결과는 제자리이거나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없는 살림에 모든 걸 희생한 부모도, 과잉 학력과 스펙 쌓기에 매진한 청년도 대출에 허덕이는 과중 채무자의 삶으로 전락하고 웬만해서는 이 ‘갚기의 덫’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가족관계도 쉽게 갈등과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경제적으로 곤궁해질수록 교우관계도, 사회자본 형성도 어렵게 되고 오직 함께 사는 가족만이 사회자본의 전부가 됩니다. 이것은 가족이 돕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황순찬 베드로 교수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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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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