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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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특집-여름보다 뜨거운 사람들] (1) 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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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여름을 기다린다. 대개 편안한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여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더 바빠지는 이들도 있다. 다른 이들이 조금 더 편안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각자 자리에서 소명에 충실한 이들을 만나 불철주야로 뜨거운 이들의 여름 이야기를 들어본다.


여름과 사투하는 소방관들

경기 부천소방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단 몇 초 사이에 소방관들이 ‘인간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빠르게 출동하기 위해 바지에 신발을 끼워 놓은 방화복이 곳곳에 보이고 또 다른 소방관들은 장비가 담겨 있는 자신의 관물대 앞에서 분주했다.

여름에는 소방서의 출동 사이렌이 다른 계절보다 유독 많이 울린다. 폭염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들로 신고 건수가 급증하는 탓이다. 부천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 이진영(골룸바·27·서울 아현동본당) 소방사에게 소방관들의 분주한 여름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름에는 온열 질환자와 크고 작은 화재로 인한 출동이 잦다. 이 소방사는 “여행 혹은 산에 갔다가 열사병이나 탈진으로 쓰러지는 분들이 많아서 관련 출동을 자주 나간다”고 말했다. 폭염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지며 엔진 과열로 차량 화재도 많이 발생하고, 에어컨도 쉴 새 없이 돌아가다가 실외기 과부하로 불이 나는 일이 잦다는 게 이 소방사의 설명이다. 그는 또 여름 화재 출동의 큰 원인 중 하나로 담배꽁초를 언급했다. “쓰레기통에 있던 꽁초에서 불이 붙기도 하고, 베란다 밖으로 버린 꽁초가 쓰레기에 떨어져서 불이 나기도 해요. 뜨거운 열기 때문에 작은 불씨가 큰 화마가 되는 걸 많이 봤습니다.”

소방관들은 여름이면 벌들과도 싸운다. 이 소방사는 “어제는 서랍에 집을 만들어 놓은 꿀벌을 제거하고 왔다”고 했다. 벌들이 서식지를 잃으며 도심으로 몰려드는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말벌은 몹시 위험하다. “말벌은 윙윙 소리가 마치 드론 소리 같아요. 쏘이면 위험하니까 말벌용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장비를 챙겨 가죠. 요즘 벌들이 아파트나 주택 별별 곳에 집을 짓고 있어서 신고가 많이 들어와요.”

인터뷰 직전, 이 소방사는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신고를 받고 출동을 다녀왔다. 여름에는 습한 날씨 때문에 생기는 수증기 탓에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빈번하다. 경보기가 수증기를 화재로 인식해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고, 오작동이 확실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해서 소방관들은 이 신고가 들어오면 매번 출동을 나가야 한다.

소방관들에게 여름은 이처럼 크고 작은 출동뿐 아니라 장마나 태풍 때문에 쉬는 날을 많이 반납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소방사는 “비 때문에 물에 잠기는 곳이 있으면 비번 날이라도 출근해서 물 빼러 가고, 태풍 때문에 간판이 떨어지거나 나무가 꺾이면 인명 사고가 나지 않도록 서둘러 치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일이 새로운 소방관의 하루

소방서에서 진압대는 화재 진압을, 구조대는 재난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구급대는 응급 현장에서 환자를 처치하고 이송한다. 진압대 소속인 이 소방사는 “팀이 나뉘어 있지만 화재가 나면 모든 소방관이 출동하고, 구급 활동이 많을 때는 진압대도 지원을 나간다”고 설명했다.

24시간 3교대 근무를 하는 소방관들 눈앞에는 다양한 현장이 펼쳐진다. 하루에 출동은 많으면 20건까지도 있고, 혹여 새벽에 2건만 나오면 잠은 포기한다. “화재를 포함해 위급한 신고가 대부분이지만, 안개를 화재로 오인한 신고나 장난전화도 많아요. 뱀과 너구리 좀 잡아달라는 동물 포획 신고도 있고요. 정말 다양한 신고가 들어옵니다.”

이 소방사 같은 진압대원들이 가장 많이 마주하는 현장은 화재 현장. 이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700℃에 가까운 열기와 방화복을 견디는 일이다. 방화복은 기본 장비만 갖춰도 20㎏이 넘는다. “그냥 입는 순간 땀이 줄줄 나요. 신고 들어오면 빨리 출동하려고 좁은 차 안에서 다급하게 장비를 갖춰 입으니 조금 힘들긴 해요.” 하지만 이 소방사는 옷을 갖춰입는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했다.

“현장에 가면 큰 불 속으로 그냥 뛰어들게 돼요. 온 힘을 다해 호스를 뿌리고요. 몸이 다 타신 분들도 많이 보는데, 징그럽다거나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심폐소생술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자살 기도한 이들로 인한 출동도 많다. 뛰어내린 이들은 몸이 많이 훼손돼 있지만 그 앞에서 망설일 겨를이 없다.

“보자마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사망 선고가 확실히 내려지기 전까지는 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에요. 어떤 현장에서든 사람들의 생명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무를 떠올리는 것이 저희 소방관의 숙명같습니다.”

이 소방사는 소방관이 된 후로 직업병이 생겼다고 한다. “예전에는 여름철에 놀러가면 그저 신나기만 했는데, 이제는 어딜 가든 안전부터 살펴봐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구조를 해야 하는지가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둥둥 떠다니고요(웃음).”


아무리 바빠도 국민의 생명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기쁘게

이 소방사는 어떻게 소방관이 됐을까. 그의 아버지도 30년 넘게 일한 현직 소방관이다. 그는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 아빠가 하는 일이 멋있어 보였고, 남들한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소방관이 됐다”고 했다. 그러고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소방관으로 일한 뒤로 아버지와 현장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의 경험을 배우며 부녀 간 공감대도 형성하고 있다.

이 소방사가 소방관으로 일하는 데 신앙은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는 출동을 나갈 때마다 화살기도를 하고, 무사히 일을 마치면 감사기도를 한다. “몸이 힘들어도 미사는 절대 빠지지 않아요. 지친 몸을 이끌고 미사를 가면 막 힘이 나고 기분도 너무 좋고요.”

여성 소방관으로서 힘든 점은 없을까. 이 소방사는 “낑낑대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사람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 만약 힘에 부치는 일이 있었다면 다음에는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악착같이 체력 단련을 한다.

3년차 소방관인 이 소방사는 “아직 일한 지 얼마 안 돼 출동이 많아도 사람들을 도와주러 간다는 생각에 그저 좋다”면서 “출동 하나하나가 소중한 지금 이 마음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출동을 마치고 돌아갈 때 듣는 ‘고맙다’는 인사도 소방관의 일에 자긍심을 갖게 한다. “제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해요. 하루하루가 다른 일상인 지금이 재밌어요. 맡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 사람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보람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그저 기쁜 마음입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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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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