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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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주일 특집] 땅 살리고 지구 살리는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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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데 없이 깨끗하고 윤기나는 채소와 과일. 시장에서 식재료를 살 때 우리는 으레 모양이 예쁜 것을 고른다. 더 맛있어 보여서, 혹은 더 정성스레 키웠다는 생각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채소와 과일들. 하지만 화려한 색과 깨끗한 모양을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비자들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국내 농약 총 사용량은 1만9000톤으로 2012년 1만7400톤에서 9.2 증가했다. 화학비료 사용량도 46만1000톤(2021년)으로, 7.1 상승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뿌려지는 농약과 화학비료는 그대로 땅에 흡수된다. 유독물질을 머금은 땅은 괜찮을까? 20년간 농사를 짓고 있는 진현호(안드레아)씨는 “농약을 뿌리고 난 뒤 다른 풀과 벌레들이 모두 죽고, 농작물만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죽음의 땅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탄소배출 줄이는 농업 ‘유기농’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있는 생명의 보고다. 모든 식물은 토양에 뿌리를 박고 토양으로부터 물과 양분을 공급 받는다. 지렁이와 같은 큰 생물과 토양선충을 비롯해 곰팡이와 세균 등 토양에 사는 많은 미생물들은 토양을 섞어 주고 유기물을 분해하고 영양소를 순환시킨다. 또한 토양에 있는 미생물들은 동식물의 사체를 분해해 탄소와 질소를 생태계에서 순환시키는 기능을 한다.

탄소의 저장고인 토양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기반 기업인 다운포스 테크놀로지스(Downforce Technologies)에 따르면 전 세계의 농업용 토양을 개량하면 지구 온난화를 1.5℃ 이내로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설립자인 맥글레이드는 “농법을 바꾸면 토양이 탄소 네거티브로 변하고, 탄소를 흡수해 농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농부들이 탄소 배출을 유발하는 인공 비료의 과도한 사용에서 벗어나는 등 농업 방법을 바꾸는 동안 단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2~3년의 과도기가 지나면 수확량이 향상되고 토양이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을 돌려가며 농사 짓는 윤작, 잡초를 억제하고 토양 침식을 막아주는 곡식, 풀, 콩류와 같은 덮개 작물을 심는 것, 또는 뿌린 씨앗에서 식물을 키우는 직접 파종 방식을 사용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은 식물의 영양분이 되는 토양 내 유기물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줄어든 유기물을 보완하기 위해 비료 사용을 늘리면 토양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질소 양분수지(224.6kg/ha)를 보여 토양에 질소가 과도하게 투입되고 있다. 질소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작물의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이 약화돼 농약 사용량이 증가하게 되고 농산물 내에 잔류농약문제 등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된다.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비롯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이다. 2010년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10년간 유기농업 연구포장에서 화학비료 대신 퇴비, 녹비 등 유기물을 지속적으로 투입한 결과 상당량의 탄소가 토양에 축적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볏짚퇴비는 투입 3년 후 화학비료 투입에 비해 1ha 당 16.9톤의 탄소를 더 저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할 경우 62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편 화학비료만 줬을 때는 탄소축적효과가 거의 없었으며, 비료를 주지 않았을 때는 토양의 탄소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기농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녹비작물인 헤어리베치는 공중 질소를 고정해 질소 양분을 공급해줄 뿐만 아니라 탄소 9.9톤(이산화탄소로 환산시 36톤)을 토양에 저장함으로써 화학비료 제조과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생명과 함께 자라나는 생명

20년 전 귀농한 진현호(안드레아)씨는 전라북도 진안에서 유기농법으로 20여 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1만㎡ 남짓한 땅에 쌀을 비롯해 마늘, 양파, 감자, 고추, 단호박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이유는 이모작을 하기 때문이다. 6월 중순 감자와 마늘, 양파 등을 거두고 난 땅에는 콩과 팥, 수수, 조 등 콩과작물이 자라고 있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하는 콩과작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기능을 한다. 작물이 자라면서 스스로 질소 비료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공비료를 주지 않아도 작물과 흙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고추가 자라고 있는 밭의 고랑에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잡초가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약을 치고 베어내는 다른 밭과 달리 진씨의 밭에는 여러 식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관행농업을 하는 밭을 보면 농작물 외에는 벌레나 다른 식물이 아무것도 없어요. 수확물 재배에만 집중한 농업은 그 외 생명들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죠. 오랫동안 그렇게 농사를 지은 분들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가톨릭 농민이라면 생명농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수하게 많은 생명체들이 사는 공간을 지켜주고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죠.”

한번에 많은 양의 농약을 뿌려 해충를 죽이고 난 땅은 한동안 고요함만이 남아있다는 게 진씨의 설명이다. 농작물을 제외한 모든 생명이 죽어버린 것이다. 농약만큼 강력한 해충 박멸의 효과가 없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진씨는 더욱 자주, 신경써서 농작물을 돌봐야 한다. 몸은 고되지만 정성을 들인만큼 잘 자라주는 작물들을 보면 생명에 대한 감사함이 커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덕분인지 진현호씨가 얼마전 수확했다는 양파와 당근은 색도 예쁘고 건강한 모양으로 자랐다.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수확량을 정해놓고 매년 그만큼만 재배하고 있어요. 토양 생태계가 적정하게 유지될만큼만 농사를 지어서 수확하면 된다는 생각이 먼저였죠. 크고 많이 수확을 하려면 그만큼 에너지를 써야 해요. 돈을 많이 벌자고 자연을 훼손하는 농사를 짓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자라는 벼 사이로 이슬맺힌 거미줄, 땅 위로 올라온 지렁이와 땅강아지, 논에 사는 거머리와 풍년새우는 진현호씨가 생명을 지키며 농사를 잘 짓고 있다는 훈장과 같다. 생명을 살리는 방식으로, 땅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농부의 하루는 더욱 가치있게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관심이 없다면 편하고 쉬운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 선택이 생명을 죽이는지 살리는지 알지 못한 채 말이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은 건강한 농작물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고요.”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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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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