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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유쾌함과는 거리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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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덕(聖德)의 중요성과 본질이 무엇인지 일러주었다. 교황은 ‘참행복’이 그리스도인 삶의 이정표라며, 기쁨과 유머 감각을 그 징표의 하나로 제시했다.

짖궂어보이는 특유의 긴 하관과 유쾌한 표정, 재치 넘치는 연설과 강론은 그를 재기 넘치는 친구로 여기게 한다. 그는 이 발랄한 권고 122항에서 거룩함의 모범인 성인성녀들이 소심함과 시무룩함, 신랄함, 우울감, 따분한 표정에서 벗어나 항상 기뻐했으며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며 그리스도인의 삶은 성령 안의 기쁨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수회 제임스 마틴 신부는 저서 ‘성자처럼 즐겨라’에서 “기쁨, 유머, 웃음이 영성 생활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며 종교 안에서 유쾌함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찌그러지고 심각한 얼굴 표정의 성인들은 사실 유머와 웃음이 가득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가톨릭심리영성상담가인 홍성남 신부는 “매주 미사에 참례하는 성당이 왜 늘 장례식장 분위기여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예수님을 엄숙하게 만드는 것은 바리사이즘”이라며 “교회는 오랫동안 죄에 대한 이야기만 했고, 최근에 들어서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회에 왜 유머와 웃음에 대한 이야기가 결여됐나 하는 물음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가톨릭시보」 1970년 7월 12일자에는 한 철학자의 ‘교회에 유머가 없다’는 주장이 실렸다. 그는 성경 속에서 예수의 웃음이 발견되지 않으며, 박해로 일관되는 교회사는 긴장의 연속이었고, 매순간 영원과 파멸의 결단인 신앙생활에서 유머의 멋은 찾을 겨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반론이 8월 2일자에 실렸다. 그는 가나의 혼인잔치, 간음한 여인, 부자 청년, 겟세마니에서 잠에 떨어진 제자들, 십자가의 우도(右盜) 등 성경 속에는 수많은 비유와 은유의 유머들이 가득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수난과 박해 속에서 풍자와 해학의 긍정적인 기여는 더 크다. 양반들의 억압과 수탈 속에서 조선 민중들은 탈춤과 풍자문학을 통해서 현실의 고통을 관조와 해학으로 승화시켰다. 신앙 선조들 역시 칼날 같은 박해 속에서도 유머의 흔적을 남겼다.

예컨대, 키가 작아 목에 건 올가미가 이마에 걸려 목숨을 구한 뒤 “키가 작아서 치명을 못하였노라”라던 기록이나, 걸레를 지져 서양 신부님께 고기로 여겨 바친 이야기 등이 ‘교중전설’로 전해진다. 외인들이 교우들의 기도 소리 중에서 겨우 알아들은 말이 “조물조물 모친이여, 구석구석 모친이여”가, 사실은 “조물주의 모친이여, 구세주의 모친이여”였다는 이야기는 박장대소하게 한다.

예수님은 죄에 빠진 인간의 비극, 하느님의 자비에 걸맞게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 다가온 수난과 죽음에 대한 처절한 두려움으로 슬픔 가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강생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는 지극한 사랑, 아버지의 전능하심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뢰, 어설프지만 사랑이 넘치는 이웃들에 대한 애정, 장차 이뤄질 인류 구원에 대한 희망찬 보람으로 기쁨이 충만한 사람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처음부터 복음을 기쁨으로 즐기라고 권고했다.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의 첫머리는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을 만나는 모든 이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워 줍니다”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복음 선포자는 “장례식에서 막 돌아온 사람처럼” 보여서는 결코 안 되며 “그리스도의 기쁨을 먼저 받아들여 열성으로 빛나는 삶”(복음의 기쁨, 10항)을 살아야 한다.
최용택·염지유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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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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