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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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특집-여름보다 뜨거운 사람들] (4·끝) 수상인명구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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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연 해수욕장이다.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찾아 해수욕장으로 떠난다. 무더위로 지친 이들은 시원한 파도가 출렁이는 해수욕장을 머릿속에 그리며 여름을 견뎌내고 해수욕장에서 보낸 추억을 간직하며 바다를 다시 찾는다.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이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수상인명구조원’이다. 바다에서 언제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베테랑 수상인명구조원 김성렬(아우구스티노·43·춘천교구 스무숲본당)씨를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노봉해수욕장에서 만났다.


‘시즌’을 맞이하는 준비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름 피서객들에게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노봉해수욕장 수상인명구조팀 김성렬 팀장은 해수욕장 개장 기간을 ‘시즌’이라고 표현했다. 노봉해수욕장의 올해 공식 개장 기간은 7월 12일부터 8월 20일까지 40일 동안이다. 피서객들은 40일 동안 노봉해수욕장을 이용하지만 김성렬 팀장은 시즌을 60일이라고 말한다.

김 팀장을 포함한 수상인명구조원들은 피서객들이 노봉해수욕장을 방문하기 전부터 준비해야 할 것들이 워낙 많다 보니 공식 개장일 전부터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피서객들이 수영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표시하는 ‘수영 한계선’을 설치하고, 선박들이 수영하는 손님들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수영 한계선 밖에 ‘운항 한계선’도 설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시즌 피서객들이 해수욕장을 이용하고 나면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외관을 해치는 물품들과 유리 등이 곳곳에 남겨진다. 김 팀장은 해수욕장 공식 개장 전에 깔끔하게 정비작업을 마친다. 피서객들이 백사장에서 편히 쉬면서 아름다운 해안을 감상할 수 있는 휴식 시설을 마련하고 안전 점검을 하는 것도 김 팀장의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다.

동해시 노봉해수욕장은 코로나19 기간에 오히려 이용자 수가 증가한 특이한 곳이다. 강원도 동해안의 유명 해수욕장들이 코로나19 기간 중 이용자 수가 평소의 절반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노봉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사장과 물속 고기들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시원한 바다가 있는 ‘한적한 피서지’로 소문이 퍼지면서 가족 단위, 특히 어린 자녀를 동반한 이용객들이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급부상했다.

올해는 7월 20일경까지 장맛비가 오면서 공식 개장 후에도 아직은 많은 손님들이 찾지 않고 있지만 7월 말경부터 8월에 접어들면 ‘극성수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람 생명 구하는 것이 나의 탈렌트

김 팀장은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했다. 체격이나 운동신경은 타고 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스킨스쿠버를 통해 20대 초반에 인명구조 관련 여러 자격증을 취득해 20년째 천직으로 여기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노봉해수욕장 근처에 임시 숙소를 정해 60일 동안 활동한다. 40대 초반에 벌써 20년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 돼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직업에 대한 보람과 확신이 커지면서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를 받았다는 마음으로 맡은 일에 성의를 다한다.

김 팀장은 “해수욕을 즐기다 물에 빠지는 이용자를 구조하는 일이 전문적 교육을 받은 요원에게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며 “인명구조원보다 옆에서 수영하던 분들이 물에 빠진 이용자를 먼저 발견해도 스스로 구조하려 하지 말고 인명구조요원에게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여름에 해수욕장을 찾는 많은 분들 뒤에 인명구조원들이 수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는 기간에는 강과 해안 퇴적물과 오염도, 수질을 확인하는 ‘과학 잠수’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인명구조원은 시즌별로 활동하는 프리랜서다 보니 ‘비시즌’에는 4000평 밭에서 감자와 들깨 농사를 짓는 농부이기도 하다.



수상인명구조원의 희비

김 팀장은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빠진 해수욕장 이용자들을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한다고 했다. 구조장비를 손에 들고 촌각을 다투며 물에 뛰어들어 익수자를 구해 응급처치를 하고 필요한 경우 119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인명구조원이란 언제든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도 파도가 높아 위험해 보이면 두렵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위험에 처한 분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두렵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발견합니다.”

한번은 깁스를 한 채 튜브를 타고 수영을 하던 이용자가 점점 파도에 휩쓸려 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구조하러 바다로 뛰어든 적이 있었다. 튜브가 뒤집어지면서 물 속으로 가라앉는 이용자를 김 팀장이 붙잡고 구조하려는 순간 서로 몸이 엉키면서 함께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 하마터면 둘 다 바다 밖으로 못 나올 뻔한 일도 있었다. 구조 중에 위험한 순간들이 간혹 있었지만 다행히 지난 20년 동안 수상인명구조원으로 일하며 불행한 사고는 없었다.

힘들게 구조한 이용자에게 ‘고소·고발’을 당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물에 빠진 여성을 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체 접촉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구조가 끝나고 나서 “고맙다”는 말이 아닌 “고소·고발을 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김 팀장은 본당에서 청년회 활동과 봉사를 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이 생계를 위한 직업 이상의 ‘사명’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고 있다.

“30대 전까지는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도와 주는 것이 저의 ‘일’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하지만 본당 청년회와 교구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만난 수도자, 신부님들, 신자들과 제 직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저의 직업을 하느님께서 저에게 맡기신 사명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성렬 팀장은 인명구조활동을 직업적으로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나에게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도우면 나도 언젠가는 도움을 받을 날이 온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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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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