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일수록 이성적인 국가사법체계, 치안강화 방안 논의 필요"
[앵커] 최근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집행을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6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인데요.
과연, 극악무도한 범죄에 똑같이 사형과 같은 극단적인 형벌로 맞서는 게 맞는지, 이성적으로 따져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최근 한 달간 흉악범죄가 잇따랐습니다.
지난 3일 분당 서현역 일대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경찰은 사건 직후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지만, 범죄는 재발했습니다.
산책길에서 처음 본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사망케 한 신림동 강간살인 사건까지 벌어지자 범죄자에 대한 사형집행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분노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포털 뉴스 댓글창 등에는 ‘사형제 부활’을 요구하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사형집행 부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사형은 국가가 범죄자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빼앗는 단순한 ‘응보적 감정을 충족시키는 효과’ 외 어떤 범죄 예방 효과도 없다고 지적합니다.
‘사형’을 각오한 범죄자는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 사목자들도 이런 때일수록 여론에 편승하지 말고, 이성적인 국가 사법체계, 치안강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현대일 신부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사형 제도가 범죄 억제력이 있다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흉악범죄가 생길 때마다 사형이나 강력한 법 집행 이야기를 하는데 그거는 너무나 쉬운 말이죠. 사형 제도로는 사회를 바꿀 수 없습니다. 어떤 범죄자도 사형이 없으니까 마음껏 흉악범죄를 저질러야지 생각하고 흉악범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거든요.”
1997년 말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지고 난 이듬해엔 전년보다 살인사건이 177건이나 증가했다는 결과도 주목해야 합니다.
오히려 범죄행위가 극단적이라고 해서 그 범죄를 반대하는 행동도 극단적이 돼 버리면, 국민 불안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극단과 극단이 맞서는 사회 분위기가 이어진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김선택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명화된 사법은 그렇게 움직이는 게 아니에요. 아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되고 단순히 하나의 범죄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전체 사법, 전체 국가의 발전 그렇죠. 미래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다 고려해야 되는 거죠. 그냥 어떤 한 사건이 극악무도하니까 가장 극단적이고 강력한 처벌 수단을 동원해서 해야 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거든요.”
흉악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또한 국민 정서에 편승한 정책일 뿐이라는 겁니다.
<현대일 신부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법 집행은 이성적으로 이뤄져야죠.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서는 ‘이거는 숨겨진 사형이다’라면서 비판하시고 정말로 처벌이 유익하려면 희망의 지평을 가져야 하는 처벌이 옳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합리한 부분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개인의 살인행위에 대해 국가기관이 다시 생명을 빼앗는 형벌로 맞대응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CPBC 김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