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주교인이오.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고자 할 따름이오.” 짝짝짝 와! 박수갈채가 쏟아집니다. 가족수도회 수녀님들의 노래가 막 끝났습니다.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삶을 다룬 소설 「구산의 별꽃」 북 콘서트가 한창 진행되는 중입니다.
“작품의 주인공 같은 고통을 우리가 겪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영혼은 다 각자의 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목적지는 하느님, 다 같지만 길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다 달랐던 것처럼, 하느님께 가는 데도 다 각자의 길이 있는 것 아닐까요?”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사람, 반응도 가지각색입니다.
“소설의 행간에서 작가가 참 외로웠구나, 그 외로움 속에서 만난 하느님과 성인의 모습이 작품에 배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을 유작으로 남기고 떠난 작가를 대신하여 북 콘서트에 참가한 작품의 기획자 요셉 선생님의 소회에는 눈물기가 배여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가가 순교 성인의 삶을 이야기로 남기고, 우리가 지금 여기 모여 그 성인의 삶을, 작가의 살아생전 이야기를,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할까요? 자기 속마음을 풀어놓고 싶어서겠지요. 날숨을 내보내야 들숨을 쉴 수 있는 것처럼, 자기 마음을 비워내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때 새 숨을, 새 생각을,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 자리 잡은 ‘레벤’이라는 이름의 북카페가 저의 사도직 현장입니다. 단위면적당 카페 수가 세상에서 제일 많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척 외로운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을 나누고 삶을 나누고 생명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아주 많은 게 아닐까? 북 콘서트 뒷정리를 하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