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운동연대 생명존중·자살예방 정책평가 토론회, 정부 정책 실패 분석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추고 생명존중 문화를 사회 전반에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선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를 꾸려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종교인연대 등 3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한국생명운동연대는 9월 19일 국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함께 ‘생명존중·자살예방 정책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나눔국민운동본부 박인주 이사장은 이날 기조 강연을 통해 “민관산학이 참여하는 정책집행기구 성격의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산하에 국가종합자살대책지휘센터를 설치하고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기초자치단체에도 자살대책위원회를 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예방 예산도 국가의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올해 책정된 488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 실패한 원인으로 정부의 의지 부족, 국가중앙지휘센터 미흡, 관 주도의 반쪽 거버넌스, 법·제도적 장치의 미비, 예산 부족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 38개국 중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2.6명. 회원국 중 20명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2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2906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35.4명에 달했다. 특히 10대~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조사됐고, 40대~50대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동국대 이범수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자살위험자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정신, 보건의료 중심”이라며 자살을 대하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살대책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보건복지부와 생명존중희망재단을 중심으로 편성된 예산을 지자체에도 확대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살자 수 증가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는 만큼 이날 토론회에는 예수의꽃동네형제회 총원장 오웅진 신부와 대한불교천태종 무원 스님, 원불교 김대선 교무 등 종교인과 대통령실, 학계, 시민단체, 자살자 유가족, 정부 당국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웅진 신부는 “어떠한 이유로도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며 “정치, 사회 지도층의 참여로 생명존중 정신을 고양해 자살률을 낮추는 데 솔선하자”고 역설했다.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법을 시행하고 정신의료 중심 대책에서 지자체 주도 방식으로 전환했다. 2017년 ‘누구도 자살로 내몰릴 수 없는 사회 실현을 지향한다’고 선언한 일본은 정부, 지방공공단체, 민간단체, 기업 간 협업으로 자살자를 대폭 줄였다.
이범수 교수는 2021년 경찰청 변사자료 자살통계를 언급하며 “자살 원인은 정신적 문제(39.8), 경제생활 문제(24.2), 육체적 질병(17.7) 순으로 나타나며 나머지는 사회경제적 원인과 밀접했다”며 “하루빨리 지역사회 중심으로 자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종교 및 민간단체와도 협업해 구체적인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