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교회의 반석, 그리고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 교황. 우리는 미사 때마다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교황의 행보를 접한다. 교황 주일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국에 깃든 신앙과 일상의 모습, 그리고 교황이 손목에 찬 시계를 통해 전통과 변화, 영성과 인간미가 교차하는 교황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본다.
면적 0.44km², 남성 비율 95…가장 작고 특별한 나라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면적은 0.44km²로 우리나라 경복궁(0.43km²)과 비슷하다.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도보로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다.
엄연한 국가이기에 국기도 있다. 국기에는 황금과 은을 나타내는 노란색과 흰색 바탕에 황금 열쇠와 은 열쇠를 교차시키고 교황을 상징하는 삼중관을 배치했다. 열쇠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천국의 열쇠를 상징하며 황금 열쇠는 천상의 권위를, 은 열쇠는 지상의 권위를 나타낸다.
바티칸 시국 시민권자와행정직 직원과 가족 등을 합한 총 인구는 800여 명. 교황 외 성직자가 약 300명, 근위대는 140여 명, 일반 직원은 130여 명 등이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도 여기에 포함된다. 시민권자 약 600명 중 남성은 95로 세계에서 남성 비율이 가장 높다. 시민권자 대부분이 성직자와 근위대원이기 때문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과 광장, 그 자체로 ‘천국 열쇠’…바티칸 정원에는 한국 성모님도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과 레오 14세 교황 선출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16~17세기에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 사도 무덤 위에 세워졌다. 교황은 이곳에서 부활이나 성탄, 성유 축성 미사 등 주요 미사를 주례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황 선출 직후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 등장했다. 대성당 북쪽 외벽에는 한진섭(요셉) 작가가 조각한 성 김대건(안드레아·1821~1846) 신부의 성상이 들어서 있다.
대성당과 성 베드로 광장, 그리고 로마 시내로 이어지는 도로는 하늘에서 보면 커다란 열쇠 모양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성 베드로에게 전한 천국의 열쇠를 형상화했다. 광장은 최대 8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의 한 해 방문자 수는 약 670만 명으로 프랑스 루르드 박물관에 이어 세계 2위다. 콘클라베가 열린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 라파엘로의 방에 있는 <아테네 학당>, 피오 클레멘티노 미술관의 <라오콘 군상> 등은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박물관과 연결된 사도궁에는 교황 집무실과 숙소를 비롯해 1000개 이상의 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이곳이 아닌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물렀다.
실제 촬영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영화 <두 교황>의 배경이 된 바티칸 정원은 바티칸 시국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한다. 교황의 개인 산책로이자 명상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은 제한돼 있다.
자연 지형을 살린 영국식, 웅장하고 화려하며 분수 등을 설치한 프랑스식, 기하학적 구조와 대칭적 디자인으로 조각과 미로 등을 배치한 이탈리아식 정원이 혼합돼 있다. 2024년에는 <평화의 모후이신 한국 성모님 모자이크상>도 정원에 자리했다.
역과 슈퍼마켓, 우체국…눈길 끄는 일상 공간
바티칸 정원 남쪽에는 작은 역과 철도도 놓여 있다. 1934년 개통한 것으로 시국 내 약 300m 정도의 철길은 이탈리아 로마 산 피에트로 역과 연결된다. 성 요한 23세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실제로 이곳에서 출발해 아씨시로 이동했다.
슈퍼마켓도 있다. 근위대, 직원 등 상주 인구와 외교관들만 이용할 수 있다. 부가세가 없기에 상품 가격은 이탈리아 시중보다 20~30 저렴하다.
바티칸 시국은 매년 바티칸 유로 주화, 금은화, 기념주화 등도 매년 발행한다. 수집 가치가 커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화에는 보통 교황의 초상화가 들어갔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부터 초상화를 교황 문장 등으로 대체했다.
이외에도 바티칸 시국에는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헬리포트, 40개 언어로 교황청 소식을 전 세계에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국뿐 아니라 인쇄소, 우체국도 있다. 연간 600만통의 엽서를 처리하는 우체국은 희년(Jubilee)을 앞둔 2024년 12월 성 베드로 광장 왼편 원형 회랑에 친환경 건축 재료를 사용한 새로운 이동식 우체국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