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미래를 위해 정말 필요한 사목은 무엇일까요?” 만일 누군가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그것은 병원사목입니다”라고 답할 겁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특권이라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 몸에 필요한 약 하나 구하고, 진료 한 번 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970년대의 기대수명은 62.3세였지만 2022년 기대수명은 82.7세로 늘어났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70년 그때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중병이거나 생명이 위급해야 병원을 갔습니다.
하지만 50년 지난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년이 증가했습니다. 이제 경제 성장과 의학의 발전, 신약의 개발로 누구나 쉽게 자신의 건강을 관리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말은 곧 ‘누구나 병원에 가게 된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즉 누구나 쉽게, 자주, 오랜 기간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이후 환자의 보호자나 가족들은 병원 출입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코로나 이후 감염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외부적 요소가 차단되는 의료환경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처럼 가족이나 친구들이 방문해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환자들을 위로하고 오랜 시간 머물며 돌보던 분위기는 이미 병원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는 더 많은 사람이 환자로서 병원을 이용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긴 시간 병실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병에 대한 두려움, 치료에 대한 걱정, 신앙적인 위기, 영적인 갈증, 죽음에 대한 공포 등?. 환자들이 병원에서 느끼는 이 어려움을 누구와 나누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처음의 질문처럼 “미래를 위한 사목’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답변이 병원사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급변해가는 의료환경 속에서 증가하는 환자들을 영적으로 돌볼 수 있는 것은 전문적으로 원목을 위해 양성된 병원사목 전문인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입니다.
강진형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