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언제나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모든 형제들」, 235)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일 대선 당선 후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던진 첫 질문이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였다. 사흘 후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자살률은 정말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높다”며 “예방 여지가 분명히 있다. 잘 살펴봐 달라”고 지시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4년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 4439명으로 OECD 평균의 2배이며, 유엔 사무총장이 추산한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사망자 2000명의 7배에 달한다. 자살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국가적 재난으로, 정부는 자살 예방을 위한 기본계획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고 민관협의회를 구성했으나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합적 원인을 고려한 부서 강화·예산 확충·거버넌스 구축·대국민 자살예방법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청년 자살률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다. 이제까지 노인 자살률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청년 자살률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규형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청년기 자살률은 청소년기보다 32배 높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19~29세였으며, 서울의 19~39세 청년 사망 원인 1위도 자살이었다. 자해·자살 환자의 10대와 20대 비율이 10년 새 15.4p 상승했고, 20대 자살률이 10대의 3배에 달하는 현상은 2011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일자리 절벽 앞에서 청년들은 정부가 청년 1인 가구에 2년 동안 지원하는 480만 원을 받으려 줄을 서고 있다. 「2023 서울특별시 청년통계」에 따르면, 진료받은 서울 청년의 47.4가 정신 및 행동 장애로 진료를 받았다. 한계상황에 몰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집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희망을 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연대하자. 구체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가련한 이들의 위기 징후를 알아채는(시편 34,7 참조) 참된 동반, 어려움 극복을 위한 연대,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 남겨진 가족과 이웃에 대한 위로에도 집중하자.
교회는 자살을 명백한 죄로 본다.(「생명의 복음」 28항, 제5계명과 제1계명) 그러나 교회는 죄인을 친구라 부르며 그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기에, 삶의 의미와 목적을 잃은 이들에게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아버지의 집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복음의 기쁨」 46-49항) 또 자살자에 대한 신중한 태도(네덜란드 주교회의 문헌 「안락사와 인간 존엄」)와, 그들을 위한 기도(「가톨릭교회교리서」 2283항), 그리고 남은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중요성(「생명을 살리는 자살예방 지침서-천주교」)을 강조해왔다.
천주께 감사하게도 멈춰 선 것 같던 나라가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월호와 코로나19, 비상계엄 사태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이 나라의 청년들이 죽음을 고민할 만큼 힘들어하는 상황에 더 이상 직면하지 않도록, 투명인간 대접을 받지 않도록, 그들의 삶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그들이 절망보다 희망을, 죽음보다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두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정준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