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2.4배에 달하는 인구가 강제로 집을 떠나 난민으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세계 난민의 날’(6/20)을 맞아 발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 2024’<사진>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세계 강제실향 인구는 1억 2200만 명으로, 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2.4배 규모다. 강제실향 상황은 수단·시리아·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 순으로 심각했다. 이 4개국 출신 강제실향민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에 달한다.
유엔난민기구는 보고서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연간 증가세는 처음 꺾였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증가세가 주춤한 건 일부 국가에서의 귀환 증가, 통계 조정, 새로운 대규모 분쟁 상황의 부재 등 복합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약 1000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지만, 대부분 불안정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귀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유엔난민기구 필리포 그란디 최고 대표는 “극심하게 불안한 국제 상황 속 전쟁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고통뿐만 아니라 취약하고 참혹한 환경을 만든다”며 “난민을 위한 평화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난민 신청 건수가 12만여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약 8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국내에 정착한 난민들에 대해 더욱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산교구 창원이주민센터장 윤종두 신부는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최소한의 보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며 “이는 이미 강제이주라는 고통을 감내해 온 이들에게 또 다른 불안과 상실의 무게를 더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난민과 이주민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형제자매로 바라봐야 한다”며 “신앙적 시선과 따뜻한 환대의 자세를 회복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난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귀향의 길은 과거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는 여정”이라며 “한국 교회에서 받은 사랑과 연대의 기억이 희망의 씨앗이 돼 고통의 땅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