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에 있는 가르멜성모고등학교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안동교구 점촌동본당 주임 오정형 신부(앞줄 맨 왼쪽)와 본당 신자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형우 신부(뒷줄 맨 오른쪽)와 함께 한복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형우 신부 제공
명동 무료급식소 특별한 경험으로 꼽아
“명동밥집이요! 어려운 이들을 돕는 한국 교회를 보면서 간호사가 되어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어요.”
의사·간호사를 꿈꾸는 동티모르 학생 4명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동티모르 청소년 글로벌 문화 교류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7월 20일~8월 19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특별했던 경험 중 하나로 하나같이 서울대교구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꼽았다. 이들은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고국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고 싶은 꿈 많은 동티모르 가르멜성모고등학생들이다.
가르멜성모고등학교는 동티모르에 학교 두 곳을 건립하며 교육을 통해 주님 사랑을 전하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희망재단과 수원교구 상현동본당(주임 서북원 신부), 안동교구 점촌동본당(주임 오정형 신부)이 공동주최하고 수도회가 함께 진행했다. 학생들은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경복궁·한강·인사동 전통시장과 곳곳의 성지들을 둘러보고 안동 점촌동본당과 수원 상현동본당 교우들이 제공하는 홈스테이에 묵었다.
7일 이들은 수원화성순교성지를 순례하며 한국 교회 순교 역사도 익혔다. 프로젝트 책임을 맡은 수도회 이형우 신부는 성지 해설사의 설명을 테툼어로 통역했다. 이날 일정에는 메리놀 수녀회 도움으로 한국에서 유학 중인 로살리나(24)씨도 함께했다. 로살리나씨는 “동티모르에서 간호학을 전공해 현재 서울 강동구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으로 동티모르 후배들을 만나 성지도 방문하고, 한국 교회 역사를 알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어를 잘 배워 고국에 돌아가면 한국희망재단이 운영하는 ‘우리들의 집 진료소’에서 봉사하며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의사·간호사를 꿈꾸는 동티모르 학생들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형우 신부(맨 오른쪽)가 7일 직접 만든 묵주를 선보이고 있다.
동티모르에 있는 가르멜 성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형우 신부
이들은 묵주 만들기 체험도 했다. 간호사를 꿈꾸는 로지타(고2)양은 “동티모르에서도 묵주를 살 순 있지만, 직접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라며 기뻐했다. 의사가 꿈인 셀레스티나(고3)양은 안동에서 목욕탕을 가본 것을 인상 깊은 순간으로 꼽으면서 “동티모르엔 함께 목욕하는 문화가 없어 처음엔 모두 부끄러워했지만, 한국 신자 분들의 도움으로 즐거운 추억을 갖게 됐다”고 했다.
홈스테이를 제공한 신자들은 이들이 낯선 한국 문화를 만끽하고 친근함을 느끼도록 집에서 머리를 감겨주기도 하고, 고기를 구워주며 환대했다. 이형우 신부는 “이들이 한국 신자들과 작별할 때마다 ‘파밀리아씨’(가족)라고 표현하며 눈물을 보였다”며 “학생 두 명은 각 학년의 전교 1등, 나머지 두 명은 성당 봉사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인데, 이들의 특별한 한국 경험이 동티모르 친구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순교복자수도원장 김민조 신부는 “2022년부터 가르멜성모고등학교 학생들을 한국에 유학 보내 현재 4명이 공부 중이며, 현재 부산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와 임상병리학과 진학을 준비 중”이라며 “학생들이 한국에서 쌓은 소중한 추억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고국에서 의료인으로 봉사하며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마중물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