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빈손으로 왔고 다시 빈손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기에 ‘기꺼이 나눠지는 사랑’만이 우리를 부활로 이끈다고 믿어요. 육신은 사라지더라도 우리가 남긴 모든 것은 절망하는 이들에게 희망으로, 고통받던 이들에게 치유로, 버려진 이들에게는 보살핌으로 새롭게 태어나니까요.”
9월 13일 ‘국제 유산 기부의 날’을 앞두고 부활의 희망과 그리스도의 박애를 굳게 믿는 신앙인으로서 모범을 보인 신자가 있다. 암 투병 중에도 국제개발협력단체 한국희망재단(이사장 서북원 베드로 신부)에 선종 후 자택을 기부할 것을 서약한, 오랜 재단 후원자 최영길(시몬·76·인천교구 답동주교좌본당) 씨다.
최 씨는 올해 초 선종한 아내 고(故) 홍계숙(안젤라) 씨와 공동명의로 재단에 유산 기부 의사를 밝히고 4월 15일 유언 공증을 마쳤다. 함께 가톨릭계 사회복지·NGO 기관 12곳에 매달 100만 원 넘는 후원금을 꾸준히 기부해 온 부부는, 이제 일생 땀 흘려 마련한 보금자리까지 내놓은 셈이다. 부부를 ‘잠시’ 갈라놓은 죽음이라는 장벽을 뛰어넘고, 아무 반대 없이 찬성한 아들까지 온 가족이 하나가 돼 이룬 결실이기에 뜻깊다.
자녀를 더 챙겨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넘어, 혈연도 없는 지구촌 이웃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 선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최 씨는 “주님은 우리를 나눌수록 오히려 풍족해지는 존재로 빚으셨다”며 “굶주리고 마실 물조차 없던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기쁨이 샘솟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다가올 끔찍한 고통을 알면서도 너무 목이 말라 흙탕물을 마시고 수인성 질병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들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죠. 이런 비극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잖아요? 꾸준한 기부를 넘어 모든 걸 내어주는 실천으로 사랑을 완성해야죠.”
10여 년 가톨릭 선교 봉사를 해온 최 씨는 항암 치료를 받는 현재도 본당 레지오마리애, 연령회 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더 많은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희망이 퍼지고 뿌리 내리기를 꿈꾼다. 그가 유산을 기부하며 밝힌 바람도 한결같다. “교우들에게 유산 기부의 용기를 주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모하듯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믿어요. 절약이 몸에 뱄어도 봉사와 기부 열정은 저보다 더 뜨거웠던 ‘짠순이’ 아내 안젤라도 그렇게 사랑의 천사가 되어, 아직 지상에 머무르는 제 곁에 함께하고 있죠. 똑같은 천사가 돼 천상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부부의 지상 나눔은 계속될 거예요.”
한국희망재단은 유산 기부 활성화를 위해 8월 17일 홈페이지에 ‘희망레거시가족’ 섹션을 개설했다. 희망레거시가족은 평생 일군 소중한 유산을 희망의 씨앗으로 전해 준 후원자들의 나눔 정신을 기억하는 온라인 예우 공간이자, 유산 기부의 가치를 알리는 홍보 공간이다.
※한국희망재단 유산기부 안내 홈페이지 바로 가기
※문의: 02-365-4673 한국희망재단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