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할 때, 300~500g밖에 안 되는 21~22주 아기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모릅니다. 의료 발전 덕분에 태아의 생존 주수는 점점 낮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무제한 낙태를 허용한다니요.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베테랑 의료인으로 최근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한국본부 신임 본부장에 임명된 인천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김경아(마리아) 교수는 무제한 낙태 허용을 골자로 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개정안은 ▲건강보험 지원 ▲약물 낙태 허용 ▲‘임신중지’ 용어 사용 등 여러 부분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
“임부가 환자일까요? 아닙니다. 건강한 상태이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지원해 주겠다며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어요.”
아울러 정부는 9월 16일 국정과제로 ‘임신중지 약물 허용’을 확정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정부가 근거로 드는 해외의 낙태 약물 도입 실태의 진짜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낙태 약물 연구를 지원한 것은 의료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등에서 잘못된 시술로 모성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의료 수준이 높아 모성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고위험 산모’, 즉 고연령이나 임신 중독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낙태 약물을 허용한다면 그저 손쉬운 낙태, 자가 낙태 도구로 쓰일 확률이 높다.
국정과제에 명시된 ‘임신 중지’, ‘성 재생산’이라는 용어에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본부장은 “‘중지’라는 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시작’을 전제로 하는 용어인데, 낙태는 생명을 파괴하고 끝내는 행위”라며 “여성의 몸이 물건 ‘생산’을 이어가는 공장 컨테이너 벨트가 아닌데, 사람에게 쓸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해 모멸감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흔히 통용되는 낙태 ‘시술’이라는 용어 또한 마찬가지다. 김 본부장은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고 표현해 생명을 해치는 중대한 일을 가볍게 여기도록 한다”고 밝혔다.
본부는 2025년 들어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가 교회만이 아닌 범시민 운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계층, 특히 우리 시대 청년들도 중심이 돼 참여할 수 있는 생명 운동의 장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캠페인은 9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추석 연휴 제외)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입구에서 이어진다. 올해는 생명 문화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기에 더욱 많은 이의 참여가 필요하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생명을 위한 40일 기도 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양한 생명 수호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더 많은 분의 동참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