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로마 인근 카스텔 간돌포의 마리아폴리 센터에서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 주최로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10주년을 기리는 ‘Raising Hope(희망 키우기)’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첫째 날 레오14세 교황 연설로 시작해 사흘 동안 전 세계 곳곳의 주교·사제·수도자·정치인·학자, 그리고 풀뿌리 활동가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우리 활동을 다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있음을, 우리는 함께함으로써 거대한 물결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 천주교회의 생태영성과 교육, 예언자적 활동 역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기쁜 소식이 되었다.
이 행사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다가오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 대응이었다. 앞서 아프리카·아시아·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가톨릭 주교회의 및 협의회는 COP30 개최를 기념하며 지난 6월 12일 ‘기후 정의와 공동의 집을 위한 호소 : 생태적 회개, 전환, 그리고 거짓 해결방법에 대한 저항’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와 레오 14세 교황의 정의로운 통합 생태론적 실천 촉구에 영감을 받아, 우리는 진정한 생태적 회개를 촉구합니다. 「찬미받으소서」 회칙 발표와 파리 협약 이후 10년이 지났으나, 세계 각국은 필요한 만큼 긴급하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과학자, 시민사회, 그리고 가장 취약한 이들과 함께 진실되고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입니다.”
메시지의 주요 요구사항은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이지만, 더욱 시급한 호소, 당장의 행동, 정의로운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정의, 존엄성, 그리고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존재적 문제다. 그렇기에 이 긴급성에 부합하는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정책, 특히 남반부의 손실과 피해를 회복하고 부채를 가중하지 않을 것,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 등을 요구한다. 아울러 착취와 불의를 지속시키는 ‘녹색’ 자본주의, 기술 관료주의, 자연의 상품화 등 거짓 해결책을 거부해야 함을 역설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COP30 대응을 위한 ‘변방에서 들려오는 예언자적 목소리’ 웨비나가 다가오는 10월 30일 개최된다.(//bit.ly/변방의목소리들) 한국의 천주교 신자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찬미받으소서’를 살고 있지만 언어의 한계로 참석이 어렵다고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이번엔 한국어 동시통역을 지원받았다.
오늘의 삶을 살면서, 바쁜 일들을 처리하면서 내가 어디쯤 와있고, 내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면, 변방에서 들려오는 이 목소리들,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기후위기의 시급함을 공유하고 앞으로 운동의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마하트마 간디)
오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