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합법화를 향한 정부와 국회의 일련 조치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차원의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 최근 열린 추계 정기총회에서 낙태 합법화 반대 성명이 재차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아니었다.
주교회의는 교회의 다양한 공동 관심사에 대처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수단으로 설립됐다. 지난 9월 한국 교회 주교와 사제단이 일명 ‘무제한 낙태 허용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을 방문해 교회 입장을 전달하고, 반대 성명이 발표되긴 했으나, 이번 주교회의 정기총회 이후 교회 안팎에 선포될 성명은 나오지 않았다.
2020년 가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의장이 된 이용훈 주교는 첫 기자회견에서 생명을 지키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낙태죄 완전 폐지는 태아 생명권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분명히 했다.
이 주교는 또 2021년 11월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세미나에서 “생명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연적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모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인간 생명에 대한 주교회의 의장의 정통적이고 단호한 인식과 달리 낙태 합법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낙태 합법화를 반대하는 한국 주교단 명의의 특별 사목 교서를 시급히 발표해주길 요청한다. 그리고 한국 교회 모든 구성원과 국민에게 왜 낙태는 안 되는지 교육하고 더욱 홍보해야 한다.
태아가 살면 우리나라와 교회가 살고, 태아가 죽으면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가 죽는다. 생명 운동·생명 문화 건설이 새 복음화요, 이 시대 교회 사명임을 모두가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