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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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만금 판결, 생명을 위한 사법부의 예언자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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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9월 11일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멈춰 세운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드물게 ‘생명의 편’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는 행정 절차 중단 요청을 넘어, 개발과 성장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침묵 당했던 자연과 피조물 목소리를 대변한 판결이기도 했다. 조류 충돌의 위험, 경제성 부재, 갯벌 생태계 훼손 가능성이 명백함에도 사업이 강행돼 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자연은 쓰고 버릴 수 있는 자원’이라는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빌려 쓰는 집이며, 모든 피조물은 형제와 자매”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번 판결은 이 가르침이 더 이상 교회 안에서만 울려 퍼지는 선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따라야 할 윤리적 기준임을 증명했다. 새만금의 철새들은 통계를 위한 숫자가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생명이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정부는 패소 이틀 만에 항소를 예고하며 또다시 개발 논리를 앞세웠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생명경시의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진정한 발전은 콘크리트로 채우는 데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양심이 어디에 서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교회는 이 문제 앞에서 더 지구를 위해 외쳐야 한다.

한국 교회는 이번 사건을 ‘환경운동가들의 승리’로만 바라보아선 안 된다. 이는 곧 우리 사목의 방향을 바꾸라는 하느님의 요청이며, 동시에 생태 정의와 사회 정의가 분리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신앙의 시험대다. 우리는 성당 밖 갯벌과 숲, 산과 들로 나가 하느님 작품을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다. 우리 신앙을 증명하는 가장 구체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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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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