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시의회가 학원 교습시간을 자정까지 늘리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휴식권을 해치고 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밤 10시가 막 지난 시각.
대형 학원 건물에서 가방을 멘 학생들이 빠져 나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학원버스에 오르는 학생들도 보입니다.
<고등학생>
"(보통 학원 여기 몇시에 끝나요?) 10시에 끝나고, 자습하는 애들은 12시까지 하던데…"
최근 서울시의회에서는 학원 교습시간을 연장하는 조례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지웅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인 학원과 교습소의 교습 시간을, 고등학생에 한해 자정까지 두 시간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 의원은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을 주요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전·울산 등 8개 시·도가 자정까지 학원 교습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전남은 밤 11시 50분, 부산·인천·전북도 밤 11시까지 학원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학생 스스로 교습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사교육 업계도 "현장에선 밤 10시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며 조례 개정 추진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과 시민단체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미 장시간 학원에 머물며 피로도가 심한데다, 자정까지 수업이 가능해지면 건강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202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평일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으로, 권장 수면시간인 8시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미애 /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운영위원장>
"아이들이 12시 넘어서까지 학원에 있으면 일단 너무 건강문제, 수면문제 지금도 아이들이 잠을 못자거든요. 저희 아이 보니까 2시에 자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가서 졸아요. 학원에서도 강사들도 되게 힘들거든요. 이게 전체적으로 악순환인데…"
헌법재판소는 2008년과 2014년 지역별로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조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생 휴식시간을 확보와 학부모 부담 경감 등 조례 목적이 정당하다는 겁니다.
지역마다 규제가 다른 것도 헌법이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한 이상 불가피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청소년 보호시간이 각종 법령에서 오후 10시로 규정돼 있다"며 "학원 교습 제한 시간 등도 통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장 조영관 신부는 "한국 교육이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원 교습 시간 연장 반대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영관 신부 / 서울 동성고 교장>
"서울시의회에서도 얘기하는 게 다른 시·도 교육청 다는 아니고 몇 군데에서 하니까 우리는 12시까지 해야 된다는 건데. 만약 누가 12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그러면 '나는 10시까지 하고 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겠어요. 다 12시까지 가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부모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그럼 경쟁심화지 경쟁완화가 되지 않아요."
서울시의회는 오는 17일부터 학원 교습시간을 연장하는 조례 개정 논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CPBC 전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