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제회의 프란치스칸 영성은 ‘평화’와 ‘화해’를 항상 함께 말합니다. 우리 형제들은 화해에 몸담으면서 평화를 이룩해 나가는 사도들이기 때문입니다.”
12월 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만난 작은형제회 총봉사자 마시모 푸사렐리 신부는 수도회 영성이 말하는 ‘평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21년 작은형제회 총봉사자로 선출된 그는 “프란치스칸 양성에 전념해오다 2009년부터 유럽으로 건너 온 이민자들을 위해 일해왔다”며 “이민자들과 함께하다 보니 이들의 어려움을 포함한 전세계적인 사회 변화, 인도주의적 위기에 민감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분단과 평화문제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푸사렐리 신부는 파주 파티마 평화의 성당에서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왕복 약 3km를 순례했다. 작은형제회 수도자와 재속회원,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수녀들이 순례에 함께했다. 평화누리공원에서는 분단을 상징하는 자유의 다리와 남북을 잇는 철교 등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는 평화에 대해 “우리 수도회 영성에서도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았던 중세 유럽 또한 십자군 전쟁뿐만 아니라 도시 간에도 크고 작은 분쟁이 빈번했는데, 한때 기사를 꿈꿨던 성인은 깨달음을 얻은 뒤 이 대립의 경계를 뚫고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전쟁을 경험한 성인은 진정한 화해 없는 근시안적 평화를 경계했습니다. 그래서 주님이 이룩하시려는 진정한 평화를 선포하는 것이 저희의 영성인 것이죠.”
한국 방문 또한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과 관련이 깊다. 푸사렐리 신부는 “장상이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 어디든지 직접 찾아가 형제들을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며 “특히 아시아에서도 규모가 큰 한국관구에서 프란치스칸의 카리스마와 수도 생활의 은사가 어떻게 안착하고 있는지 살펴보러 왔다”고 전했다.
11월 28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푸사렐리 신부는 임진각 외에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과 중림동 쪽방촌의 한사랑가족공동체, 충남 천안 성거산 묘원 등 수도회 관련 장소를 차례로 방문했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관구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가지게 됐다”며 “수도회가 폐쇄적이지 않고 한국 사회의 나약하고 깊은 곳까지 들어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프란치스코회관에서도 많은 신자가 왕래하며 소통하는 모습들, 다양한 사람들이 배우고 터득하는 못자리가 된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는 힘없고 약한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한국관구 형제들이 이 말씀을 글자 그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말 기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