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 정의를 위한 운동을 펼치는 국제 범종교단체 ‘그린페이스’ 상임대표 플레처 하퍼 성공회 신부는 인터뷰에서 “한국에도 그린페이스 사무실을 둘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2년 미 성공회·유다교 지도자 의기투합 ‘그린페이스’ 결성
한국 종교 단체와 협력 기회 찾고자 방한… 사무실 설립 희망
“한국에 와서 여러 종교 단체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많은 일을 한 걸 알게 돼 기쁩니다. 특히 2020년 봄부터 5년 넘게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광화문에서 행동을 지속해온 가톨릭기후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종교계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국제적으로 기후·환경 정의를 위한 운동을 펼치는 범종교단체 ‘그린페이스(GreenFaith, 녹색신앙)’ 상임대표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2002년부터 제2대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성공회 뉴어크교구 소속 플레처 하퍼(Fletcher Harper) 신부다.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 내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그를 만났다.
하퍼 신부가 이번에 방한한 이유는 한국이 세계 10위권 온실가스 배출국인 동시에 종교가 사회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여서다. 그는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5대 종단 환경단체가 연대한 종교환경회의를 방문하고, 여러 종교 지도자와 환경운동가를 두루 만났다. 또 가톨릭기후행동 금요 기후행동에도 동참했다. 하퍼 신부는 “종교 단체와 협력할 기회와 가능성을 찾고자 왔다”며 “한국에도 그린페이스 사무실을 둘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하고, 정의롭고, 생명을 부여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신앙인들을 동원하는 것’이 사명인 그린페이스는 1992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환경의 질을 위한 협력자(Partners for Environmental Quality)’라는 지역 자원봉사 단체로 시작됐다. 그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 이른바 ‘지구정상회의’에서 만난 미국 성공회와 유다교 지도자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이어 하퍼 신부가 대표를 맡으면서 ‘그린페이스’로 이름을 바꾸고, 문호를 넓혀 다양한 종교와 국가가 참여하는 단체로 발전해 나갔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케냐·독일·프랑스·브라질·인도네시아·일본 등에서 사무실과 직원을 운용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린페이스에는 그리스도교는 물론, 유다교·이슬람·불교·힌두교·시크교·자이나교·바하이교 등 세계 여러 종교가 참여한다. 하퍼 신부는 “영적 가치를 추구하되 조직화한 종교를 거부하는 개인들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가톨릭교회는 그린페이스의 든든한 협력자다. 하퍼 신부는 화석연료 산업 중단과 기후 정의를 촉구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헌신을 언급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교황의 지도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한 직후 전 세계 종교의 이름으로 교황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3000명의 신앙인과 함께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으로 향하는 ‘국제 다종교 행진’을 조직하기도 했다”며 “그때부터 「찬미받으소서」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힘쓰는 국제 가톨릭연대 기구 ‘찬미받으소서 운동(Laudato Si’ Movement)’과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퍼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께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 화석연료 비확산을 호소하고, 기후 정의를 대변하는 강력한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며 “교황께서 미국인이신 만큼 미국이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퍼 신부는 브라질 벨렝에서 11월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도 참여했다. 그린페이스는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을 지지하며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또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