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 신앙생활의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미사(Mass)다.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Christ)께서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 십자가의 죽음으로써 자신을 속죄 제물로 바치시고 부활하심을 기념하는 거룩한 희생 제사로, “파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Missa”에서 유래하였다. 그렇기에 성탄절은 그리스도께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땅에 파견되심을 기념하는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라는 의미로 Christmas로 쓰이거나 그리스어의 그리스도(크리스토스, ΧΡΙΣΤΟΣ)의 첫 글자를 따서 X-mas라 쓰이기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해서는 마태오 복음서나 루카 복음서 등 신약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만, 탄생일에 대해서는 기록되어 있지 않아 그리스도께서 정확히 언제 탄생하셨는지는 알 수 없기에 불교의 ‘석가 탄신일’처럼 ‘성탄일’이라 하지 않고, ‘성탄절’이라 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동정 마리아께서 성령으로 잉태되신 날이 3월 25일로 믿어진다”고 했는데, 여기에 기인하여 예수님 탄생을 9개월 후인 12월 25일이라고 보고 이날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초기 교회에서 전날 일몰에서 다음날 일몰까지를 하루로 보는 전통 기준에 따라 성탄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대영광송을 하지 않는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 미사’보다 훨씬 성대하며 대영광송을 바치는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를 봉헌한다.(12월 25일 저녁에 봉헌하는 미사는 성탄 낮 미사임)
5세기에 들어 레오 1세 교황은 ‘성육신의 신비(Mystery of Incarnation)’라는 이름으로 성탄 축일을 처음 공식화했다. 이후 식스토 3세 교황은 이 축일 바로 전에 자정 미사를 도입해 성탄 전례의 중심 요소로 자리 잡게 했다. 6세기에는 성탄 축일이 예루살렘에서도 기념되었으며,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성탄절을 공휴일로 선언했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는 신자들이 비극을 견디도록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란치스코회는 예수님 탄생의 가난과 겸손을 강조하며, 하느님 모습이 처벌하거나 엄격한 신이 아닌, 겸손하게 태어나고 십자가에서 희생된 예수님이라는 점을 부각해 위로하였다.
현재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성탄절은 예수님이 태어난 날, 선물을 주고 받는 날, 한 해의 마지막 공휴일이며 한 해를 마감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가톨릭에서의 성탄절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심을 축하하고, 예수님께 드리는 거룩한 희생 제사임과 동시에 초라한 마구간 구유의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고, 겸손과 희생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이번 성탄절에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생각하며 내 주변의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나의 겸손과 희생이 충분한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당신은 기뻐하며 신명이 날 것이고 또한 많은 사람이 그의 탄생을 기뻐할 것입니다.”(「200주년 기념성서」 루가 1,14)
김기형(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