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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료 은퇴하는 ‘원주의 슈바이처’ 곽병은 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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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도 욕심이 있으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비켜주는 것도 필요해요. 봉사에 욕심이 있으면 자기를 위한 봉사가 돼 버리는 겁니다.” 


의대생 시절부터 50년 넘게 봉사의 삶을 살아온 곽병은(안토니오·72·원주교구 흥업본당)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밝음의원 전 원장이 최근 진료 일선에서 물러났다. 3년 전 밝음의원 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주로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을 찾아 진료도 하고 말벗도 되며 매주 왕진하던 활동도 정리했다.


‘원주의 슈바이처’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곽 전 원장은 역시 의사인 아내 임동란(베로니카) 씨와 1989년 원주 시내에 ‘부부의원’을 개원해 2013년 환갑 때 의원 문을 닫을 때까지 형편이 어려운 본당 신자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무료 진료했다. 부부의원은 동네 사랑방이었다. 


또한 사재를 털어 장애인 생활시설 ‘갈거리사랑촌’, 무료급식소 ‘십시일반’, 노숙인 자립시설 ‘최양업토마스의집’ 등을 설립해 운영했지만 이 모든 시설을 원주교구에 기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봉사는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선한 마음이 더 크게 전파되지요. 그래서 단체를 만들어 봉사해야 내가 죽은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곽 전 원장은 진료에서 은퇴했지만, 봉사의 삶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 소수 어르신만 나오는 원주교구 흥업본당 술미공소에서 공소 회장을 맡아 운전 봉사도 하고, 원주시 지역사회통합돌봄센터도 한 달에 한 번씩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 상담을 해 준다. 


곽 전 원장은 요즘 ‘빈의자 의사회’를 법인화하는 일에 분주하다.


“2013년 아산상 대상으로 받은 상금을 기반으로 뜻을 같이하는 의사들과 빈의자 의사회를 만들었습니다. ‘빈의자’는 빈곤층, 의료지원, 자원봉사를 하나로 묶은 어휘입니다. 읍면동사무소와 복지기관에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찾아 빈의자 의사회 병원으로 보내면, 증상을 살펴 다른 병원으로 연계해 줍니다. 환자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혜택받을 수 있고, 의사는 장비를 갖춘 자신의 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는, 전국에서도 처음 만든 훌륭한 시스템이죠.”


곽 전 원장은 얼마 전, 빈의자 의사회를 법인화하기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빈의자 의사회가 역사를 계속 이어 나가도록 고문이나 이사로 역량을 보태겠다는 마음이다.


곽 전 원장은 12월 4일에는 독거노인이 사는 원주 시내 작은 원룸에서 특별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왕진 중 알게 된 윤을온(91) 할머니가 평소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시집 「모르리」 발간에 힘을 보탰다. 윤 할머니는 곽 전 원장과 시집 출판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지금 뛰어서 천국에 갈 것 같다”고 한없는 기쁨과 감사를 표현했다. 


“‘지족(知足)’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부족하고 후회되는 일이 있더라도 인정하고 잘했다 만족하려고 합니다. 나를 낮추고 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진실됨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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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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