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산맥 동부, 인도와 티베트 사이에 있는 소국 부탄. 국교가 불교인 이 나라에서 예수회 킨리 셰링(Kinley Tshering) 신부는 부탄 출신 최초이자 유일한 가톨릭 사제다. 전체 신자가 200여 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는 나라 전체를 하나의 본당으로 여기며 사목을 이어가고 있다.
부탄교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08년 이후 ‘종교의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면서 국민 누구나 종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좋은 부탄인은 곧 불교 신자’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킨리 신부는 “가톨릭 공동체는 분명 도전적인 상황에 놓여있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빵 속의 누룩이자 세상의 소금으로 부름을 받았다”며 “소수라는 사실은 오히려 주님을 더 깊이 따를 수 있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부탄 공동체가 사도행전 시대와 닮아 있다”고 표현한 킨리 신부는 “성당 건물이 없지만, 사람이 곧 교회”라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모여 서로를 돕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살아내는 시노드 교회”라고 설명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FABC 희망의 대순례에 3명의 신자와 함께 참가한 킨리 신부는 “행사를 통해 아시아교회의 다양성과 연대를 확인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부탄처럼 아시아의 가장 외지고 어려운 곳에서도 하느님께서 활동하고 계심을 확인했다”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명을 위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부탄교회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주보 성인으로 모신다. 가톨릭센터와 청년 쉼터 건립 과정에서 한국교회로부터 받은 지원이 계기가 됐다. 킨리 신부는 “한국 순교자들, 특히 평신도들에 의해 한국교회가 시작된 점이 부탄 신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이는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준다”며 한국교회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을 국가적 가치로 삼는 부탄에서 킨리 신부는 “그리스도를 아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간절한 소원을 담아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죽기 전에, 하느님께서 이 작은 여정을 이어갈 사제 한 사람이라도 더 보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