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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크리스마스 트리, 고향은 ''대한민국''

에밀 타케 신부가 남긴 선물 돌아보는 ''타케의 정원''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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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리나라 토종나무라는 걸 아시는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크리스마스 트리인 구상나무가 사실 제주 토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봄을 하얗게 채우는 벚꽃나무의 한 종류인, 왕벚나무도 마찬가지다.

이는 모두 선교를 위해 1897년 10월 스물넷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제주에 온 에밀 타케 신부가 식물학자로서 채집한 2만여 점에 달하는 식물의 일부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면형의집(원장 김성 신부)은 제주 감귤의 아버지 타케 신부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상설 전시 ‘타케의 정원’을 10월 1일부터 마련해 열고 있다. 타케 신부가 채집한 30여 점의 식물 표본과 사목 당시 쓴 18통의 서한, 그의 생애가 담긴 영상물 등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불리는 구상나무는 1907년 5월 에밀 타케 신부와 일본에 파견된 프랑스 선교사 포리 신부가 한라산 해발 1400미터에서 채집한 제주 토종나무다. 이 역시 표본 원본은 영국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에 소장돼 있다. 사진=타케의 정원

이를 위해 면형의집은 국립수목원에서 20여 점의 표본 원본을 대여했다. 원본이 없는 표본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원에서 최근 채집본과 사진을 기꺼이 후원해 줘 꾸몄다. 기후 위기 시대, 타케 신부의 발자취를 통해 우리의 생태 영성을 돌아보기 충분한 전시다.

솔방울 모양의 보라색 열매가 인상적인 구상나무의 이름은 보라성게를 일컫는 ‘쿠살’과 나무를 뜻하는 ‘낭’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제주어 ‘쿠살낭’에서 유래했다. 1907년 5월 타케 신부와 일본에 파견된 프랑스 선교사 포리 신부가 한라산 해발 1400m에서 채집해 미국 하버드대의 아널드수목원 표본관에 보낸 것을 계기로 유명해졌다. 현재는 기후 위기로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등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 허태임 식물분류학자는 “구상나무가 사라진 숲의 기온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나비효과로 우리 삶에 미칠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순 없다.
 
일본과의 왕벚나무 자생지 논란을 종식시킬 에밀 타케 신부가 채집한 표본 원본은 현재 영국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에 소장돼 있다. 사진=타케의 정원

이듬해 타케 신부는 홍로 일대와 한라산 600m 지점에서 발견한 왕벚나무의 표본을 독일 베를린대학 쾨네 교수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1901년 동경대 코이시카와 식물원 초대원장 마쓰무라 박사가 왕벚나무 일본 자생지에 대한 기록을 발표하면서 학명이 먼저 등재됐다. 이후 일본인 식물학자들에 의해 이것이 이 내용이 허위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제주 왕벚나무에 대한 학명은 정정되지 않고 있다. 해당 표본의 원본은 현재 영국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에서 소장하고 있다.

도민들의 가난을 가슴 아파했던 타케 신부는 1911년 일본으로 간 포리 신부에게 왕벚나무를 선물하고, 그 답례로 온주밀감 14그루를 받아왔다. 이 감귤은 오늘날까지 제주 경제를 책임지는 주요 특산품이 됐다. 당시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온주밀감 중 한 그루는 면형의집 마당에 뿌리내리다 2019년 고사하고, ‘홍로의 맥’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해 성전 입구에 전시돼 있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면형의집은 제주 감귤의 아버지 에밀 타케 신부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상설 전시 ‘타케의 정원’을 10월 1일부터 마련했다.
사진=타케의 정원

전시를 기획한 정민경(다이애나)씨는 “전시된 표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세 나무는 안타깝게도 모두 원본이 국내에 소장돼 있지 않다”며 “온주밀감의 경우 한라산 자생종이 아니라 포리 신부로부터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구상나무와 왕벚나무 표본 원본이 없는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의 왕벚나무 자생지 논란을 종식시킬 표본 원본의 경우, 전시를 기획하며 에든버러 왕립 식물원에 요청했더니 표본 데이터베이스에 등재해 주는 등 적극적인 협조를 해줬다”며 “전시에서는 사진으로 원본을 감상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타케 신부의 탄생일인 10월 30일에는 그의 식물 채집 업적을 조명하고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시민 포럼도 개최됐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이 자리에서 “타케 신부는 가난한 도민들을 위해 평정과 인내 속에 채집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치유의 힘’을 통해 조용히 조선에 융화됐다”며 “전혀 다른 가치인 선교와 식물 채집을 통합한 영성은 우리를 인류의 이기심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다. 문의 : 064-762-6009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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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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