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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 따르고 싶은 사람 /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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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따르고 싶은 사람이 생깁니다. 본받고 싶은 면에 따라 부모님이 될 수도 있고, 위인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친구나 선배일 수도 있습니다. 신앙생활 면에서 따르고 싶은 분을 떠올리라면, 저는 바로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이 형제님과 자매님은 제가 중대장, 아내가 사단 직할대 참모장교였던 시절 만난 분들입니다. 두 분은 당시 사단 직할대장 내외분이셨습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저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공소가 집 앞 200m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총각 때는 어김없이 참례하던 주일 미사를 가끔 빼먹곤 했습니다.

이렇게 드물게 성당에 나가던 저희 부부와 달리, 사목회장과 성모회장을 맡아 봉사하시던 두 분은 미사 준비, 진행, 미사 후 병사들 간식 챙기는 일 등 온갖 일을 도맡아 하고 계셨습니다. 어느 서늘한 가을, 성당에 나갔던 저는 병사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아, 두 분은 정말 복을 받으시겠다’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정들었던 부대에서 전출됐고 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바쁘기로 소문난 부서에서 일하고 있던 저는 두 아이는 부모님께, 아내는 미국에 맡긴 채로 살고 있어서 미사는 혼자 참례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러다 아내가 귀국하면서 몇 달간 갓난아이 육아를 위해 휴직을 했고,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함께 살면서 가족이 모두 성당에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이 부대 성당에 나간 첫날,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 위해 돌아서는데 사목회장이시던 참모님과 제 아내가 서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아내가 저에게 “선승부대에서 사목회장 하시던 김 중령님이신데 그동안 같이 근무하면서 왜 못 알아보았느냐?”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4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두 분은 여기서도 사목회장, 성모회장으로 부대 성당 대소사를 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참으로 한결같으시구나. 정말 복 받으시겠다’라고 생각했지요. 이 인연으로 우리 가족은 형제님 가족과 각별한 사이가 됐고 형제님은 제 아들의 대부가 돼 주셨습니다. 형제님을 따르며 신앙생활뿐 아니라 군생활과 인생도 많이 배웠습니다.

형제님 가족을 처음 만난 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제가 형제님을 처음 만났던 당시 그분의 나이대가 돼 갑니다. 형제님처럼 저도 누군가가 저를 따르고 싶을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누군가의 모범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면 아직은 제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모범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른 이에게 부끄럽지는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육군미래혁신연구센터 미래전략과 지식관리기획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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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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