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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마주한 인연에서 느낀 하느님의 따스한 손길

허영엽 신부 신간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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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 | 허영엽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40| 16,000

 

천주교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허영엽 신부가 스치듯 지나가는 만남 안에도 하느님의 은총이 깃들어 있음을 일깨우는 책,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를 펴냈다.

 

이 책은 2009년 출간된 신부님, 손수건 한 장 주실래요?의 개정판이다. 허 신부는 그 이후 만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새롭게 추가하고, 기존 내용을 함께 다듬어 출간했다. 영적으로 더욱 깊어진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이번 책은 평소에 허 신부의 글을 좋아했던 이들이나 가톨릭 사제의 삶이 궁금한 이들, 또 일상에서 소소한 기쁨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허 신부는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교구장 수석비서, 교구 대변인 등의 소임을 맡으며, 오랫동안 서울대교구의 입역할을 했다. 그 밖에도 글로서 교회 매체를 통해 가톨릭 교리나 성경 관련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주기도 하고, 교회 내 인물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 신부는 김수환·정진석·염수정 추기경 등 교회의 큰 어른들에 관한 이야기, 본당에서 사제 생활을 하며 만났던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 등을 전해 준다. 삼 형제가 모두 사제인 허 신부의 형제간 면면한 우애도 녹아 있으며, 자식을 모두 하느님께 봉헌한 어머니의 깊은 신심도 느껴진다.

 

또한,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과의 만남과 이별, 사제 생활의 기쁨과 슬픔, 가족들에 대한 사랑, 돌아가신 정진석 추기경과 김수환 추기경을 추억하는 마음 등 삶에서 느끼고 만났던 모든 것 안에 저자의 영성과 삶이 잘 녹아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기억추억이라는 단어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허 신부는 단순히 지난 시간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과거를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기억할 수 있다는 은총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게 한다.

 

붙임

1. 저자 허영엽(마티아) 신부 소개

2.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본문 중에서

 

 

1. 저자 허영엽(마티아) 신부 소개

 

19601월 경기 광주 출생으로 19845월 사제 서품을 받은 허영엽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수유동본당, 반포본당 보좌신부를 거쳐 독일 트리어(Trier) 신학대학에서 유학했다. 이후 구파발본당, 가좌동본당 주임신부를 역임하다 199710월 성서못자리 전담신부로 사목했다. 20042월 서울대교구 홍보실(문화홍보국 전신)에 부임해 2022년까지 교구 홍보 책임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교계신문 및 일간지, 각종 잡지에 성경과 교회 이야기를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저서

구약성경 길잡이 말씀을 따라서(기쁜소식, 1996)

신약성경 길잡이 말씀을 따라서(기쁜소식, 1998)

지혜로운 삶을 위한 묵상(기쁜소식, 1999)

복음서는 어떻게 기록되었나(기쁜소식, 1999)

성서 속의 인물들 1:구약(이유출판사, 2003)

성서 속의 인물들 2:신약(이유출판사, 2003)

성서의 숲에서 사람 향기에 취하다 구약?신약(이유출판사, 2003)

성서의 풍속(이유출판사, 2006)

신부님, 손수건 한 장 주실래요?(가톨릭출판사, 2009)

성경 속 동물과 식물(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2009)

사랑-성경은 왜 이렇게 말할까 3 (바오로딸, 2010)

허영엽 신부의 성경산책 (바오로딸, 2017)

추기경 정진석(가톨릭출판사, 2018)

성경 속 궁금증(가톨릭출판사, 2021)

만화로 보는 천주교 교리,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천주교 교리 배울래요?

(가톨릭출판사, 2021)

성경 속 상징(가톨릭출판사, 2022)

 

 

2.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본문 중에서

 

한참이 지나 사제관 초인종이 울렸다. 나가 보니 아이가 다시 와 있었다.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서둘러 말했다.

신부님, 저 이제 집으로 갈게요.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신부님이 쓰시던 손수건 한 장만 주세요. 그 손수건을 보면 신부님 생각이 날 테니까요…….”

내 손수건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멀어진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30~31p ‘신부님, 손수건 한 장 주실래요?’ 중에서

 

신부가 된 후에도 가끔 월요일에 어머니를 찾아가 뵙곤 했다. 그때도 낮잠을 자다가 눈을 떠 보면 어머니는 예전 그 모습처럼 묵주 기도를 바치고 계셨다. 무슨 기도를 바치셨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아마도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시지 않았을까. 언젠가 어머니께 장난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 늘 묵주 기도를 이렇게 열심히 바치시는데 기도 중에 성모님을 만나기도 해요?”

내 장난스러운 질문에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이렇게 답하셨다.

어느 때는 묵주 기도 후에 성호를 긋고 나면 성모님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계신단다.”

 

41~42p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네중에서

 

 

얼마 전 옛날 노트 사이에서 갱지에 쓴 오래된 편지를 발견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받았던 편지였다.

 

철없는 계집애의 소망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어라 이 맘을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밤하늘의 별을 동경하고, 향기로운 장미를 원하는 마음보다 더 큰 이 소망을…….

결코 당신이 나를 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 마음의 귀한 사람입니다.

하얀 슬픔의 당신입니다.

매일 나는 어둡고 텁텁한 허공에 반항하고 있습니다.

내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꼭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만나 봤으면 합니다.

내 지애至愛의 당신이여, 내 마음의 슬픈 당신이여.

슬픔이 넘치는 당신께…….

 

* 오후 2시 장충단 공원 분수대 앞에서 파란 책을 들고 서 있겠습니다.

 

편지를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누런 갱지에 또박또박 쓴 이 편지를 내가 아직도 갖고 있다는 사실, 고등학생이면서도 당신을 운운하는 것, 공원 분수대 앞에서 파란 책을 들고 서 있겠다는 내용까지……. 그 모든 것이 미소를 머금게 했다.

54~55p ‘한없이 투명한 풋사랑의 기억중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아버지의 허리를 꽉 붙잡고 등에 머리를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묵상 중에 아버지의 모습이 예수님과 겹쳐졌다. 아버지 등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예수님의 등에 기대고 있었다. 달리는 자전거 뒷자리에서 예수님의 허리를 꼭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나 사이에 예수님께서 함께 계심을 느꼈다. 아버지의 사랑과 따스한 체온 속에 주님께서 계셨다.

 

74p ‘그분의 등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중에서

 

인생은 늘 만남과 이별로 채워진다. 지금은 이름도 아련한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억도 모두 더없이 값지고 소중하다. 그 모든 게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 추억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 준다. 어느 시인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비참한 것은 기억 속에서 잊히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죽는 순간까지도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91p ‘잊지 않겠다는 약속중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안아 주시고, 이를 봉헌하여 당신께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 살아가면서 인간의 마음 하나하나를 헤아리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마다 형이 편지 첫머리에 적어 보냈던 시편 구절을 가만히 외워 본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154p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중에서

 

 

인디언 말로 친구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누군가의 슬픔에 그저 말로 위로를 건넬 수는 있지만 그 슬픔을 함께하고 대신 짊어지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내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에 비로소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기도 한다.

우리가 다른 이의 아픔을 조금씩 나누어 짊어지다 보면 무겁게 짓눌리던 슬픔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다른 이의 슬픔을 등에 짊어지고 함께하고자 했던 그 자매님은 진정한 친구의 모습이었다.

 

222p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이중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구여진

 



서울대교구홍보위원회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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