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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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하루 한장 읽기] 민수기 해설

여러가지 유익한 지혜 담고 있는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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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의 네번째 책인 `민수기`는 독립적인 한 권의 책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탈출기에서 시작된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 여행 이야기`를 레위기 뒤를 이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약속의 땅 팔레스티나 변두리에 도달하기까지 38년 동안의 파란만장한 `광야 생활` 체험담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많은 율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유익한 교훈들을 담고 있는 보석과 같습니다. 인내심과 의지력을 발휘해 끝까지 읽으면 인생과 신앙생활에 대한 다양한 내적 통찰을 얻게 됩니다.
 
 (1) 명칭

 희랍어 성서인 칠십인 역본(LXX)에서는 이 책을 `아리스모이`(*1=수의 책)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라틴어 역본인 불가타 성경(Vulgata)의 `Liber Numerorum`과 우리나라의 민수기(民數記)라는 명칭이 유래합니다. 민수기는 이 책 속에 이스라엘 백성의 인구조사를 비롯한 아주 많은 숫자와 숫자 열람표가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히브리어 성서에 나오는 제목처럼 `브미드바르`(*2=시나이 광야에서)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의의

 나라를 잃고 타지로 유배를 가야만 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잃어버린 `약속의 땅`을 되찾을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했습니다. 레위기가 올바른 전례 거행을 통한 팔레스티나 수복을 설파했다면, 민수기는 팔레스티나가 군사적으로 정복해야만 하는 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 백성이 성공적으로 팔레스티나를 수복하자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가르침들을 잘 따라 `주님과 함께` 걸어가야만 한다는 것이 이 책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3) 내용

 민수기는 각종 율법 규정들과 함께 시나이 광야에서 모압 평원에 이르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체험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지도자 모세에게 끊임없이 대들고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70명의 원로들에게 당신의 영(11,24-30)을 내려주시고 메추라기 떼(11,31-35)를 먹으라고 보내주시기도 하는 등 백성을 달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하셨지만, 백성의 반란에는 단호하게 벌을 내려주십니다 : "나의 영광, 그리고 이집트와 광야에서 내가 일으킨 표징들을 보고도, 이렇게 열 번씩이나 나를 시험하고 내 말을 듣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내가 그들의 조상들에게 맹세한 땅을 보지 못할 것이다. 나를 업신여긴 자들은 모두 그 땅을 보지 못할 것이다"(14,22-23). 결국 `약속의 땅`을 밟은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수아와 칼렙 단 두 사람뿐입니다.

 민수기를 내용적으로 구분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원정 준비 : 1장 1절-10장 10절
 ② 원정 실행 : 10장 11절-36장 13절
 -광야 행진 : 10장 11절-21장 20절
 -점령 시작 : 21장 21절-36장 13절
 
 (4) 메시지

 ① 40여년간의 광야생활은 분명히 이스라엘 백성에게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을 겁니다. 그들이 모세에게 대들고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가졌다는 사실이 인간적으로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광야생활은 죄 많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화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충실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고서야 하느님께서는 팔레스티나 정복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래서 광야생활은 `은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죄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 백성`으로 거듭나게 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역시 때로는 거칠고 황폐한 광야생활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토로할 만큼 우리 삶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런데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우리 인생이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를 정화시키고 구원으로 이끄는 `의미의 시기`라며 민수기는 `주님의 길`을 걷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② 근래에 `가계치유`라는 것이 신자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습니다. 죄가 크면 그 죄에 대한 벌이 그 후손에게까지 미치기에, 그 후손은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막말로 `액운이 끼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 근거로 민수기를 열거합니다. 예컨대, "주님은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충만하며 죄악과 악행을 용서한다. 그러나 벌하지 않은 채 내버려 두지 않고 조상들의 죄악을 아들을 거쳐 삼 대 사 대까지 벌한다"(14,18).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성경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에서 나온 잘못된 주장입니다. 민수 14,18의 앞뒤 문맥을 보면, 백성이 반란을 일으킨 행위로 하느님께서 백성을 모두 없애겠다고 하시자 모세가 백성을 대신해서 용서를 청합니다. 이때 백성의 죄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모세는 14,18에서 과장법을 사용하여 조상의 죄악이 삼 대 사 대의 후손에게까지 미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죄에 대해 모세는 용서를 청했고, 하느님께서는 그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얼마나 큰지를 14,18은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괜한 미신을 버리고 `주님의 길`을 착실하게 걸으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꼭 구원으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신희준 신부 (서울대교구장 비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7-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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