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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131)교황과 커뮤니케이션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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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이다. 두 사도는 ‘영원의 도시’ 로마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두 성인의 축일이 같은 날인 것은 오랜 기원이 있지만, 두 성인의 관계는 현대의 교황직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자신은 베드로의 후계자일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바오로의 후계자이기도 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회의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이자 지칠 줄 몰랐던 선교사로서 바오로 사도를 따르겠다는 의미였다.

현대의 교황들은 가톨릭교회의 최고 복음 전도자가 되어, 바오로 사도가 그랬던 것처럼 당대의 미디어를 사용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처럼 열정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모두 몸짓과 인상적인 언변으로 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미디어 안에서 이들의 성공이 효과적으로 교황청 커뮤니케이션 기관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통신사 ‘글라브콤’(Glavcom)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인 키이우의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교황청의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교황청의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청 개혁에 대해서도 “현재 교황청은 변화하는 전환의 시기에 있다”면서도 “효율성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교황청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콕 집어 지적했다.

“오늘날 교황청 조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특히 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데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실 지금 교황에게는 언론인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는 대변인이 없다. 우리는 교황의 의중을 잘 모를 때나 그의 연설문이 명확하지 않을 때 물어볼 사람이 없다. 우리는 교황이 무슨 말을 했는지, 교황의 의중을 알고 싶어한다. 그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우리는 누구에게 확인해야 하나? 보통은 교황 대변인이 이 일을 처리하는데, 지금은 없다.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없다. 교황은 자신이 스스로 대변인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여기가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가 지적했듯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는 스페인 출신 평신도 호아킨 나바로-발스라는 훌륭한 대변인이 있었다. 그는 아무런 제지 없이 교황과 소통할 수 있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명확하게 교황의 뜻을 전달했다.

물론 나바로-발스 대변인 시절이 달콤하고 밝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종종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의중인지 나바로-발스의 생각인지 알 수 없기도 했다. 더욱이 이 역학관계에 있는 두 인물이 교황청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도 했다.

2006년 나바로-발스 대변인 사임 이후 그 누구도 그처럼 교황과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누리지 못했다. 그 결과 교황청 공보실 실장들은 국무원 직원처럼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만 알릴 수 있게 됐다.

세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으로 교황청 홍보부가 창설되면서 문제가 악화됐다고 봤다. 홍보부라는 또 하나의 위계 조직이 생기면서 대변인의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이 문제는 개인의 성향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뤄지는 것’을 몹시 싫어해서 누군가가 그의 이름으로 무언가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를 주저하고 있다. 어쨌든 교황에 의한, 또 교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개인과 조직 안에서 분명한 엇박자가 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서 조금 과장하자면, 현대의 교황들은 바오로 사도를 조금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교황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디어라는 도구를 이용하고 있으며, 종종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이어 세계 지도자 중 트위터 팔로워 수가 세 번째에 이른다.

지금 교황청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정도 베드로 사도의 요소가 필요하다. 그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는 것보다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하려는 거버넌스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아마도 이는 매번 느끼는 도전일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교황청 커뮤니케이션의 진전을 바라는 진심을 기도로 전하고 싶다면,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보다 더 좋은 날은 없을 것이다.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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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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