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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의료봉사 체험기(하) 주천기 요셉(가톨릭대 의과대학장)

감사하는 그들 마음을 눈으로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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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티에서 수술 후 환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두 번째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필자.

마을을 둘러보고 미리 모집된 백내장 수술 환자들을 불러 상태를 진단했다. 주로 수정체의 중심부인 핵이 딱딱해지고 뿌옇게 변하는 핵경화 백내장 환자들이 많았다. 수술 장비들이 제대로 세팅이 안 되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수술하기로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새벽 미사를 봉헌하고 수술을 위해 아이티 국립대학 안과병원으로 이동했다. 국립대병원이었지만 수술 장비들은 굉장히 열악해 어려운 환경에서 수술해야 했다.

총 6개의 사례 중 4개의 사례는 계획한 대로 잘 진행했지만, 환자들 상태가 심각하고, 장비가 열악해 2개의 사례는 전방으로 인공 수정체를 삽입했다. 셀 수 없이 많이 한 수술이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하자니 긴장이 돼 온 신경을 다 동원해 조심스럽게 수술을 진행했다.

아이티에는 안과의사가 40명 정도 있지만 수도에 몰려 있어 외곽에는 치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을 먹고, 아이티 국립대병원 전공의들과 학장 겸 안과 교수인 카뎃(Cadet) 교수를 위해 간단한 강의를 했다. 수술 중 들어와 의논도 하고, 그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답해 주고 다시 아이티 꽃동네로 돌아왔다. 며칠 머물지 않았지만 꽃동네로 다시 돌아오니 집에 온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 아이티 꽃동네를 떠날 시간이 됐다. 새벽미사 때 꽃동네 식구들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저는 이곳에 잠시 왔다 가지만 이곳 어르신들을 뵈어 좋았고, 제가 봉사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갑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 드리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수사님, 수녀님들께서 여러분의 기도 덕에 사신다는 말씀도 감명 깊었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시고 다음에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어르신들은 나가면서 우리 일행을 붙들고 뺨과 손에 뽀뽀를 해주시고 안아주셨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침을 먹고, 전날 수술한 환자들의 경과를 확인했다. 환자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이티 꽃동네를 떠나는 길, 마을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차 안에서 손을 흔들었고 마음은 행복감과 일상에 대한 고마움으로 가득 찼다.

그동안 많은 봉사를 다니지 못한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가진 것이 적음에도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는 아이티 사람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짭짤한 콜라 맛으로 아이티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이티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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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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