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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동, 눈물의 학위 수여식

법조인 꿈꾼 말기 암환자 임성민씨, 가톨릭대 명예학사학위 받은 후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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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 김용승 교학부총장이 3일 임성민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제공=가톨릭대 대외협력팀

3일 인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성당에서 아주 특별한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학위를 받은 학생은 단 한 명. 가톨릭대학교 법정경학부 휴학 중인 고 임성민(바오로, 1990~2014)씨였다. 까만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쓴 임씨는 병상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채로 명예학위수여식에 참여했다.

이날 명예학사학위를 받은 임씨는 횡문근육종(근육에 생기는 암)을 앓고 있었다. 2013년 1월 코와 볼, 얼굴 부위에 암이 발견됐고 횡문근육종 4기 판정을 받았다. 1년 넘게 항암치료를 계속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지난 8월 극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해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은 “그동안 헌신적으로 돌봐주신 부모님께 학사모라도 씌워드리고 싶다”는 임씨의 소원을 국제성모병원 호스피스팀이 가톨릭대 측에 전하면서 이뤄졌다. 가톨릭대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고 김용승 교학부총장이 병원을 찾아 명예 법학사학위를 수여하고 졸업장을 전달했다.

수여식을 마치고 임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아버지는 “네가 가톨릭대에 합격했을 때 무척 기뻐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적이 있다는 것을 믿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말자”고 힘을 북돋아 줬다. 임씨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머리에 학사모를 씌워줬고 어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임씨는 경찰공무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법학과에 진학했다. 힘들고 어려운 약자들 편에 서 주는 법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 입학 후에도 본당 청년부 활동을 열심히 하던 독실한 신앙인이기도 했다.

군 전역 후 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에도 좌절하기보다는 ‘꼭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음식을 넘길 수조차 없는 고통 속에서도 건강을 회복해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은 변치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무의미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는 오른쪽 눈과 귀의 시력과 청각을 잃었고 후각도 잃어 냄새를 맡지 못했다. 호흡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암세포가 뼈까지 전이돼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가톨릭대 교수와 학생, 의사, 간호사 등 40여 명이 참석해 임씨를 축하해줬다. 임씨는 16일 하느님 품에 안겼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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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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