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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필리핀 이주민 여성, 강제이혼·정신장애에 귀향 차비도 없어

한국 남성과 혼인했으나 이혼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 장애 진단 ...귀향해야 하지만 치료비 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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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이주여성 레이첼씨가 정신과 병원 침상에 앉아 성경을 읽고 있다.



“귀신이 자꾸 저보고 죽으래요. 제발 도와주세요, 주님!”

지난 추석, 경북 칠곡에 사는 필리핀 이주민끼리 모인 자리에서 레이첼(32)씨가 별안간 묵주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화들짝 놀란 다른 필리핀인들이 몰려와 그를 붙잡고 “정신 차리라”며 흔들었다. 그러나 레이첼씨는 “주님, 살려주세요!”라고 계속 절규했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난 다음 날 그는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단기 정신병적 장애’를 진단받았다. 망상과 환각 등 조현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의사는 발병 이유에 대해 “급격한 환경 변화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레이첼씨는 2017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 성주에서 살았다. 혹독한 시집살이에 시달리며 집안일과 참외농사 아르바이트까지 했지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4남 5녀 중 장녀로 태어나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대신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독학으로 대학까지 나온 그였다. 가정을 꾸리고, 돈을 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힘이 났다.

하지만 곧 남편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다. 레이첼씨가 번 돈으로 필리핀 가족을 돕지 말고, 남편 자신의 카드빚부터 갚으라고 했다. 본인은 일을 전혀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레이첼씨가 거절하자 남편은 “당장 이혼하겠다”며 날뛰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레이첼씨에게 이혼은 ‘죄’였다. 날마다 남편을 붙잡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한번 굳어진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남편은 2019년 없는 증거까지 만들어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한국말이 서툴렀던 레이첼씨는 변호인조차 선임하지 못한 채 패소하고 말았다. 게다가 전남편이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아 비자가 만료되는 바람에 레이첼씨는 미등록자 신세가 됐다. 하지만 필리핀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한국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동생들과 자신에게 많은 기대를 건 부모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털터리인 채로 집에서 쫓겨난 그는 일자리를 찾아 공단이 많은 칠곡으로 왔다. 그리고 허름한 집에 살며 휴대폰 조립 일을 하다 결국 정신장애가 발병했다.

현재 레이첼씨는 정신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매일 성경을 필사하고, 묵주 기도를 하고 있다. 한 달 남짓의 치료가 끝나면 미등록자로 자진 신고한 뒤,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동안의 병원 입원비와 치료비, 자진신고 벌금, 필리핀 항공료와 자가격리 비용을 모두 더하면 2000만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가 가진 전 재산은 수십만 원이 전부다. 레이첼씨는 “귀여운 아기를 낳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이혼당한 게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며 “이런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 뵐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칠곡군건강가정ㆍ다문화지원센터장 송정준(알베르토)

▲ 송정준 센터장



가톨릭평화신문 독자 여러분, 낮은 자로 나타나시고 낮은 자를 축복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레이첼씨가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레이첼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월 2일부터 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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