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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44)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그리스도인 (4)

가톨릭 비롯한 종교인들의 경제활동/ 가톨릭 이념 바탕한 윤리적 책임 실천 원칙/ 1971년 ‘기업책임 실현 … 종교간 센터’ 설립/ 가톨릭·개신교 275개 단체·뮤추얼펀드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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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는 천주교를 비롯한 많은 종교들이 ‘사회책임투자(SRI)’를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1920년대부터 일찌감치 사회책임투자에 눈을 뜬 미국 가톨릭교회는 지난 199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회의 경제행위는 적당한 수익과 가톨릭 이념으로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놓았습니다.

아울러 ▲해악을 끼치는 업종은 피하기(avoid evil : 도박, 주류, 낙태 산업 등) ▲좋은 일에 투자하기(do good : 친환경기업, 대안 투자 등)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하기(주주 운동 등) 등의 투자 전략까지도 제시했습니다. 2003년에는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사회책임투자 운동에 대한 방법, 투자 과정, 투자 선별 원칙과 주제까지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퀴나스펀드(110억 달러), 가톨릭 기사 펀드(20억 달러), 그리스도인 형제 투자펀드(40억 달러) 등의 투자 펀드를 통해 사회교리를 기반으로 한 그리스도적 가치를 기금 투자 결정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1977년부터 제3세계의 아동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오고 있는 미국 장로교회의 경우, Mission Responsibility through Investment(MRTI)를 통해 남아프리카 문제나 환경문제 등에 있어서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MRTI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로 하여금 청지기로 살 것을 요구하신다. 우리에게 위탁된 재물이 먼저 우리 가족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의를 추구하며,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을 돌보며, 다른 피조물과의 조화를 꾀하는 데 사용되기를 바라고 계신다. 따라서 사회책임투자는 우리의 신앙과 투자를 일치시키는 방법이 된다.”

베트남전 반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계기로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1971년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책임투자운동 단체인 ‘기업책임 실현을 위한 종교간 센터’(Interfaith Center on Corporate Responsibility:ICCR)는 해마다 100개가 넘는 기업에 직접적인 투자뿐 아니라, 주주의 권리로 그리스도적인 가르침에 부합하는 사회, 환경, 책임 경영을 촉구하며 성경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청지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톨릭과 개신교 275개 회원단체와 뮤추얼펀드 등 협력·참여 회원을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는 투자자금의 규모만 1100억 달러에 이릅니다.

하지만 투자운동적 측면만으로 오늘날 SRI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SRI의 성장세가 눈부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다국적 SRI 운동단체인 사회투자포럼(Social Investment Forum) 자료에 따르면, 펀드 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전체 펀드투자자금의 약 15는 SRI 펀드에 투자되어 있습니다. 미국 SRI 펀드시장은 1984년 400억 달러에서 95년엔 6390억 달러로, 99년 1조4900억 달러, 지난 2005년에는 2조3400억 달러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새롭고 건전한 풍조와 신선한 흐름들을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건 대개 종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이들입니다. 실례로 지난 2001년 영국 전체 SRI 펀드 1200억 파운드 가운데 종교 또는 자선단체 자금은 314억 파운드에 이릅니다. 일반투자자 자금 35억 파운드보다 10배나 많은 수치입니다. 인권과 윤리 등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냉혹한 자본주의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던 오랜 종교의 전통이 SRI를 통하여 새롭게 부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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