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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45) 지상의 순례자인 그리스도인

기업·사회 변화시키는 ‘투자운동’/ 복음정신 바탕에 둔 의식적 활동/ 비도덕적 행위는 더 큰 재앙 초래/ 정의 실현 동참하는 태도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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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투자(SRI)는 ‘돈에도 윤리가 있다’는 복음 정신에서 비롯된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의식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RI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급속하게 금융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실에서 ‘투자운동’ 역시 기업과 사회를 변화시킴으로써 세상을 정화해나가는 하나의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기업이 도덕이나 환경 등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면 당장은 기업이 발전하는데 유리할지 모르지만, 그 비용과 함께 대대로 해악을 끼치는 결과물까지도 고스란히 국가나 사회 전체가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모 그룹의 탈세 사건이나 낙동강 페놀유출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이러한 비용 전가는 결국 사회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윤리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를 지닌 SRI가 활성화되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현상과 문제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히 SRI를 위한 연구와 조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1990년대 이후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환경영향 평가를 통해 사회적 위험을 가늠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SRI의 일반적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책임투자운동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윤리적 예금이라고도 불리는 ‘연대성 예금’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 선정된 건전한 은행과 협력해 환경보호와 기아예방 등과 같은 특정 목적을 갖는 계좌를 개설해 시민들의 예금을 유치, 그 수익의 일부를 이런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사회복지단체나 시민운동단체에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둘째는 투자자가 자신의 윤리적 가치나 종교적 신념을 기준으로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식 채권 등에 선별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활동을 유도하는 ‘사회적 선별 투자’(윤리적 투자) 방법입니다.

셋째는 ‘대안적 투자’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협동조합과 같이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비영리 기업과 금융기관에 투자함으로써 지역 경제 안에서 중소기업 육성과 노동자 권익 옹호를 극대화하는 형태입니다.

넷째는 투자자나 주주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올바른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기업 현실에 참신하고 정직한 변화를 유도하는 ‘주주권리운동’입니다.

어떠한 형태의 사회책임투자운동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투자한 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비윤리적인 기업에 흘러들어가 결국에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깨어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인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책임투자운동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익률뿐 아니라 사회 경제 정의 실현이라는 큰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는 인식과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분명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정의로운 사랑을 실천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용기 있는 행동은 세상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려는 이들은 모두 박해를 받을 것”(2티모 3, 12)이라는 말씀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셨던 것처럼 그리스도 신안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선포하고 모든 대안적 노력을 기울일 때 하느님 나라가 한발 더 가까이 온다는 엄연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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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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