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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71) 무담보 소액대출 ‘마이크로 크레디트’

소외된 이들에게 ‘삶의 희망·재활’ 선사/ 서울대교구, 2008년 ‘기쁨과희망은행’ 설립/ 출소 3년 안 된 자·범죄피해자 가족 등에게, 인성·창업 교육 진행하고 창업자금 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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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담보 소액대출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자활을 도우며 새로운 대안공동체의 가능성을 인류에게 선사한 공로로 지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적 기업의 대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경제학과 교수였던 무하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박사가 빈곤 퇴치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83년 설립한 그라민 은행은 땅이 없는 농촌 사람들이 자영업 등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담보 없이 소액신용대출을 해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창출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소액대출을 받는 저소득층을 고용함으로써 이들의 자활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빈민층에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라민폰을 비롯해, 전력 사정이 어려운 농촌에 전기를 공급하는 그라민샥티, 프랑스의 유제품 회사인 다농과 제휴하여 어린이용 유제품을 생산하는 그라민다농 등 지역사회의 발전을 돕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들을 설립해 공동선을 실현하며 아름다운 가치를 세상에 퍼뜨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는 ‘가난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세상’ ‘굶주린 채 잠드는 아이가 없는 세상’ ‘피할 수 있는 질병으로 요절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니, 비록 종교나 이념은 다를지라도 많은 부분이 복음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라민 은행처럼 종잣돈이나 사회적 기반이 부족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의 자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곳 가운데 하나가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지난 2008년 6월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기쁨과희망은행’입니다.

교정시설에서 나온 지 3년이 안 된 사람이나 범죄피해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무담보 대출은행으로 출발한 기쁨과 희망은행은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이들에게 20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해 삶의 희망과 재활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출소자와 범죄피해자 가족 전용 ‘마이크로 크레디트’ 전문기관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쁨과희망은행은 대상자를 위한 인성교육과 사회·경제적 이해, 시장조사와 좋은 점포자리 찾기, 사업계획서 작성의 원리와 실습교육 등을 위해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경영지도도 해줌으로써 꿈을 잃어버렸던 이들이 새로운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획기적이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매년 10만 명 넘는 이들이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나와 사회에 적응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기쁨과희망은행의 대출규모는 큰 편은 아니지만, 전과(前過)라는 낙인이 찍혀 새 출발의 기회를 쉽게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컴컴한 터널 속에서 만난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이 은행은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 속에 방황하는 출소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줘 이들을 재범과 감옥으로 내모는 범죄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범죄로 인해 사회가 치러야 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을 기쁨과 희망의 공동체로 가꿔나가는데 의미 있는 소중한 동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에서 발아한 희망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 세상 곳곳으로 더 많이 퍼져나가 튼실한 열매를 맺을 때, 우리는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만나며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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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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