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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72) 사회적 협동조합의 시대

무한경쟁시대의 착한 ‘대안 기업’/ ‘협동조합’은 공동 소유·민주적 운영으로, 승자독식 문화·신자유주의·양극화 극복/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 충족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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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통해 성장해온 사회적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상에 짙게 드리우고 있던 그늘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사회적 협동조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특히 올해는 유엔(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여서 전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새롭게 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2월 29일 협동조합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올해 1월 26일 공포되었고, 12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는 많은 부분 가톨릭 정신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시대에 착한 대안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우리 사회 저변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승자독식 문화와 신자유주의, 양극화를 극복해 사람 냄새 나는 공동체를 이뤄갈 수 있는 씨앗으로 기대를 모으며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영리추구가 첫 번째 목적인 일반 기업체와는 달리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협동조합은 매우 독특하고 가치 있는 기업모델로, 빈곤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서 친근한 대안경제 체제와 조직을 갖춘 협동조합은 영리회사의 독과점에 대응해 고품질의 재화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무한 경쟁시장에서 지대한 순기능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원가경영과 조합원의 공동 운영과 단합된 행동강령 실현에 있는데, 그 형태 또한 소비자협동조합, 생산자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신세대협동조합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힘은 경제적 위기를 맞을 때 잘 드러납니다.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국제 금융위기 때에도 협동조합들은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물가안정과 지역경제를 안정시키는데 적잖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특히 이 시기를 겪으면서도 전 세계 협동조합 은행 가운데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이 단 한 곳도 발생하지 않아 협동조합의 위력과 안정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경제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주목받으며 우리의 생활방식과 경제 질서를 바꾸어놓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협동조합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은 전 세계적으로도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나라가 뛰어난 경제 발전과 복지 수준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공익우선과 나눔정신이 바탕이 된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이는 모든 이가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며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생산 현장에서의 민주주의가 정치 제도의 민주화를 강화하고 지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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