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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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74) 협동조합의 나라 ‘이탈리아’

공동선을 위한 150년 동안의 움직임/ 1854년 토리노 노동자 의해 ‘협동조합’ 첫 결성/ 국내총생산 30% … 정치·문화 등 지대한 영향/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 지방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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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성숙을 통해 그리스도의 완덕(完德)에 도달하도록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세에서 체험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도 결국은 그리스도의 완전하심을 향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일찍이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회적 경제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세상을 주님의 아름다움으로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협동조합이 경제시스템 안에서 모범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협동조합 안에 자리한 그리스도의 정신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에서도 협동조합 활동이 매우 역동적인 모습으로 손꼽히는 이탈리아는 ‘협동조합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협동조합이 아름답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1854년 토리노 노동자들이 만든 소비자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움트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1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공동선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님 보시기에 좋은 열매를 거두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양적인 면에서만 보더라도 이탈리아에서는 국내총생산의 30를 협동조합이 차지할 정도로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북동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지방이 독보적인데, 약 4만3000여 개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협동조합 중 1만5000여 개가 이곳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에밀리아-로마냐의 주도(州都) ‘볼로냐’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에밀리아-로마냐 국내총생산의 30를 볼로냐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업 50개 가운데 15개가 협동조합입니다. 볼로냐 주민들에게 협동을 통한 생활 방식은 매우 익숙합니다. 소비자협동조합부터 농업이나 건설 등 삶과 밀접한 대부분의 분야가 협동조합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70 이상을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생산·유통 소비조합, 실직자·노숙자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켜 고용인원의 30를 취약계층으로 하는 사회적 돌봄서비스 협동조합 등을 통해 사회적 완전고용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볼로냐의 경우 전체 시민의 3분의 2가 한 곳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일 정도입니다.

지난 2006년 캐나다의 레스타키스 교수(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가 쓴 <더 에밀리안 모델>에 따르면, 에밀리아-로마냐의 경우 인구는 이탈리아 전체의 7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9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탈리아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고 있고, 각종 기술 등 관련 특허도 30가 이 지방에 속해있는 협동조합과 기업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은 제조업을 비롯해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협동조합과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로 성공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공정과 나눔을 강조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기업의 철학과 기능에 스며들어 있으며, 협동조합의 원리가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사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이탈리아도 10 안팎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지만, 협동조합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해고가 없는 협동조합 중심의 지역경제 특징을 잘 살려냄으로써 약 3대의 실업률을 유지하면서, 유럽에서 제일 잘사는 5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며 행복지수가 높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정신을 인식하고 전개하는 협동조합이 공동선이라는 사회적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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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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