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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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75) 국제협동조합연맹(ICA)

공동선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공동선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핀란드·스위스 등 강소국들 협동조합 비중 높아/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법’ 새로운 지평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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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협동조합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ICA)에는 93개국의 236개 협동조합연합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1895년에 설립돼 11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ICA는 전 세계 8억 명이 넘는 조합원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으로 꼽히는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조합원입니다. 국민소득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나라를 보면 핀란드,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이른바 나라 규모는 작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강소국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나 산업에서 협동조합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선진국대열에 올라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삶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ICA는 전 세계 300대 협동조합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협동조합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톨릭 정신이 밑거름으로 잘 다져진 이탈리아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이탈리아에서는 20여 년 전인 지난 1991년에 ‘사회적 협동조합법’이 제정되어 협동조합운동의 모범을 보이며 협동조합의 새로운 지평을 꾸준히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사회적 협동조합(Social Cooperatives)은 ▲사회 서비스, 복지 서비스 및 교육 서비스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A타입’ ▲농업, 공업, 상업, 서비스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B타입’ 등으로 대별(大別)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한적이긴 하지만 조합원에게 이윤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북동부를 가로지르는 곳에 위치한 에밀리아-로마냐는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하나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2만2124㎢의 면적에 인구 430만 명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경기도 면적의 2배 정도에 인구는 3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협동조합으로 인해 이곳 사람들은 삶 속에서 특별한 체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에는 40만 개의 기업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힘든 노인과 어린이 등을 제외하면 5~6명이 하나의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지역에는 도시라면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대규모 공단이나 대기업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사는 지방으로 꼽힐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잘사는 도시로 정평이 나있어 매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가 이렇게 된 데에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 지방에 튼실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내수와 수출을 담당하며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800개 가량이 협동조합이라니 이 지역경제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위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를 바탕으로 공동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민주적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결실을 보여주며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삶을 체험하게 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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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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