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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13) 신협이 만든 기적

인류의 새로운 금융문화를 꽃피우다/ 델리치 시장, 라이파이젠 신협 따라 도시에 신협 설립/ 1905년 조합 1000개, 조합원 60만 명 이상으로 급성장/ 가난한 이들 스스로 돕는 신협 제시 전 세계로 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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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로 지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일에 일생을 바친 프리드리히 빌헬름 라이파이젠(F.W.Raiffeisen). 그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투신은 한 알의 겨자씨가 자라나 큰 나무를 이루듯 커다란 결실을 맺어 인류에 봉사한 모범사례입니다.

라이파이젠이 활동하던 당시 독일에도 은행이 있었지만 대자본을 필요로 하는 중공업 분야를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의 영세 소상공인들을 비롯해 조그만 일이라도 벌여 생계를 꾸려가려는 가난한 이들은 자본의 부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지켜보던 독일 작센 주 중북부 도시인 델리치의 시장이자 베를린의 국회의원이었던 헤르만 슐체 델리치(Schulze-Delitzsch)는 라이파이젠 신협을 벤치마킹해 1850년대 독일의 도시 지역에 민중은행을 설립하기에 이릅니다.

델리치는 부자들을 중심으로 한 은행만이 활개를 치던 당시 금융시장 환경 하에서 노동자, 농민, 수공업자, 소상인 등 가난한 이들로 하여금 고리대자본을 배격하고, 가난한 이들 스스로가 예금자와 차입자로 조직화되어 자신들을 위한 금융중개조직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합니다. 델리치가 세운 이러한 금융조직은 이후 도시형 신용협동조합의 모델이 됩니다. 그는「서민은행으로서의 대부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해 신협의 이론적 토대를 닦는가 하면 독일에서‘최초의 협동조합법’을 제정하는데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9세기 중엽 독일에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운동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널리 확산되어 나갑니다. 라이파이젠(Raiffeisen)이 농촌지역의 농민들을 위해 세운 신협은 반세기만인 1905년에 1만3000개의 조합, 약 120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게 될 정도로 성공을 거둡니다.

또, 델리치(Delitzsch)가 도시지역의 수공업자, 소상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설립한 신협은 1905년에 이르러서는 1000개 이상의 조합, 약 6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릴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를 돕도록 한 독일의 신협 모델은 19세기 후반에 들어 가까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어 나갑니다. 뿐만 아니라 이집트,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등 다른 대륙으로도 확산되어 인류에 새로운 금융문화를 꽃피우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20세기 초반 스칸디나비아반도를 거쳐, 20세기 중반에는 호주, 일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국가 등으로까지 확산됩니다. 이렇듯 신협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기에 이릅니다.

유럽의 협동조합금융은 유럽 전체 예금시장의 21, 대출시장의 19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미국의 경제활동인구 가운데서도 신협 가입자는 무려 40에 이릅니다. 각 지역은 물론이고 직장마다 신협이 많이 개설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신협의 조합원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대부분의 신협은 크게 세계신협협의회와 유럽 협동조합은행연합회에 가입되어 가난한 이들의 삶에 젓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낸 라이파이젠(F.W.Raiffeisen)의 선택은 ‘겨자씨의 비유’로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엿보게 해줍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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