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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저출생(김인숙 모니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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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저출생률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2022년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어쩌면 0.7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우리나라의 이러한 초저출생이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가 감소한 것보다 더 많은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진단이 맞다면 우리나라 초저출생 현상은 ‘재앙’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84년 처음으로 1점대(1.74)에 진입하였고, 2018년에는 1점대도 붕괴되었다(0.98). 저출생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아젠다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였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을 기록하면서 세계 최하를 기록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우리 사회는 20여 년 동안 출생률 문제를 사회적 아젠다로 다뤄왔고, 이 과정에서 여러 선진국의 가족정책과 저출생 대책을 받아들여 제도화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상상조차 힘들 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산 투입은 2022년 기준 OECD 38개국 중 31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현시점에서 20여 년 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우리나라 저출생 대책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실패’를 두고 이런저런 진단이 제기되었다. 그중 하나는, 실패의 근저에 여성들의 출산기피 행위가 있다고 본다. 이들은 여성들이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장려하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한한다든가 출산한 여성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모 기업 회장이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명당 1억 원을 제공한 일화의 근저에는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회적인 제공만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저출생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생 문제는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간의 ‘실패’를 되돌아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저출생 문제를 비용계산에 따른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즉 저출생 문제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 아니라, 그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출산율 감소는 철저한 비용계산에 따른 당연한 현상임을 보여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초저출생 문제는 너무 당연한 것이다. 즉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혼할 수도 없고, 결혼한다 해도 자녀를 낳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너무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초저출생 문제를 사람들의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자 당연한 현상으로 볼 때,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비용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초저출생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삶의 여러 조건, 예를 들면 자녀 사교육비를 위시한 교육제도 전반, 살인적인 경쟁과 장시간 노동환경, 문화적 인프라의 부족, 비싼 주거비용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여러 정부 부처의 정책이 장기계획하에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현 정부의 가족정책은 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기존 급여 수준을 상향하는 것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제안하는 출생기본소득과 주거지원 대책이 기존 정책에서 다소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이것만으로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김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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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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