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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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청주 양업고 10돌 윤병훈 신부(양업고 교장)

삶 통한 생생한 '인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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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훈 신부(오른쪽)가 2005년 2월 졸업식에서 졸업생을 안아주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따르릉…. "거, 문제아 가는 학교 아닌가요?" "그런데요?" "제 아이가 문제아는 아닌데요, 그 학교에 갈 수 있나요?" "문제아가 아니라면, 왜 굳이 이 학교에 보내려고 하나요?"

 부모들은 자녀문제로 속이 타들어 가면서도, 매번 자기 자녀를 말할 때면, 자기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먼저 꺼낸다. 부모들은 아마도 `사랑하는 자녀가 혹 불이익을 입을까`싶어 겁을 먹고 의례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청소년 시기는 `블루오션(blue ocean)`을 꿈꾸며 갈등과 도전을 반복하고 성숙을 이뤄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부모들은 청소년들의 특징을 잘 알면서도 정형화한 틀 속에 자녀들을 가둬두고 바라보다가, 자녀들이 그 틀을 잘 견뎌내면 `좋은 아이`, 그렇지 않으면 `나쁜 아이`로 구분 짓는다. `나쁜 아이`로 분류된 아이들은 어른들 간섭과 강제를 거부하며 생기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대안학교 `양업`을 선택한다.

 나는 양업에서 교장으로서 10년을 살며 오늘 교육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다. 1996년 당시 공교육에는 많은 중도탈락 학생들이 있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공교육 현장은 학교마다 한 두명의 명문대 진학을 생색내려고 전교생을 똑같이 밤 늦도록 학교에 붙들어 놓고 있다. 많은 학생들을 여전히 생기를 잃은 문제아(?)로 목적 없이 서성인다. 예나 지금이나 학교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학생들은 여전히 구원을 향한 탈출구를 찾으려 헤맨다.

 이란성 쌍둥이 이야기다. 오빠는 소위 명문이라는 일반학교에 다니고, 동생은 대안학교인 우리 학교 학생이다. 부모는 두 자녀가 나누는 대화를 재미있게 듣고는 묘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오빠가 동생에게 "야! 그 학교는 매일 놀고 틈만 나면 쏘다니니, 언제 공부하고 대학 갈래?"하고 걱정하자, 동생은 "날 걱정해 준 건 고마워. 그런데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게, 그러는 오빠는 매일 교실에만 처박혀 책 벌레가 돼가면서 언제 인간이 될 거야?"하며 반격에 나선다고 한다.

 이들 부모는 `교육은 목적이어야지 경제타령만으로 기능적 인간을 만드는 수단이 되어 가면 안 되는데…`하며 교육 부재(不在)에 대한 심각성을 털어놓았다. 교육의 현주소를 이미 잘 알면서도, "대세가 덩달아 가는 길을 목적도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니냐"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대세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교육을 자신이 선택한 딸의 손을 번쩍 들어준다.

 `문제아 수용소`쯤으로 치부된 `협의의 대안학교`가 10년간 삶을 통해 생생한 교육을 한 덕분에 `광의의 대안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요즘 부쩍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도 대안학교에 진학할 방법을 찾는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올해 우리 학교 입학지원자는 5대1 경쟁률을 보였으며, 꼴지 천재들이 공부다운 공부를 위해 `블루 오션`을 꿈꾸며 몰려온다.

 지금의 교육 현장은 때늦은 `가톨릭학교 교육헌장`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사학(私學)은 감독청 지시나 명령으로는 안타깝게도 그 특성을 살리기가 힘들다. 그러나 사학이면서도 별천지 사학이 있다. 바로 우리 `양업학교`다.

 우리 학교는 가톨릭학교 건학 이념이나 설립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고, 학생 중 85 이상은 신자다. 학생이 자신의 학교를 분명하게 선택하고, 모든 선생님이 학생을 분명하게 책임진다. 학교 구성원은 서로 비난하거나 강요하지 않으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한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도 우리 학교는 감독청으로부터 학교 경영의 자율권을 보장받은 `자율학교`로 지정돼 있다.

 3년째 매년 여름방학에 갖고 있는 `가톨릭적 대안교육 연수`는 가톨릭적 건학이념과 설립정신을 구현해나가는 우리들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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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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