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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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특집] 새 생명 품은 흙에서 부활을 일구다

생명의 흙- 천주교 농부학교 생명농업 실습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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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는 성경구절처럼, 하느님을 따라 농부가 될 준비를 하는 예비 농사꾼들이 있다. 이들은 흙에서 새 삶의 부활을 기대한다.  

왜 농부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생명이신 주님 뜻에 따라 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땅을 일구는 농부의 삶을 통해 자연에서 하느님 모습을 보고 배우고 느끼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운동본부(본부장 조해붕 신부)가 주관하는 귀농학교인 천주교 농부학교 제8기 학생 30여 명은 화창한 주말인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서울 우리농 실습농장에서 농사 준비를 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이 흙에서 발견한 것은 생명이었다.



 
▲ 봄 햇빛을 받은 새싹들이 흙 속에서 깨알 같은 얼굴을 내밀고 있다.
 


 
▲ 하느님이 창조하신 흙(땅)은 생명이다.
흙 없이는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다.
뿌리로 겨울을 난 시금치가 파릇파릇 싹을 틔우더니 금세 훌쩍 자랐다.
 


 
▲ 농부학교에서 농사일을 배우는 예비 농부가 곡괭이질을 하다 잠시 허리를 펴고 있다.
 
 
#생명을 품고 부활하는 흙
 농부학교 학생들은 3월 초부터 매주 두 차례 이론수업만 받다 이날 처음 들판에 나왔다. 목장갑을 끼고, 삽과 곡괭이를 들었다. 화정동 134번지에 있는 1752㎡ 실습장은 봄이 완연했다. 그동안 쌀쌀했던 낮 기온이 이날은 섭씨 13도를 넘었고, 햇살마저 눈부셨다. 점퍼를 입은 예비 농부들이 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초보 농사꾼들을 불러 모은 이 땅은 서울 우리농이 물류센터를 지으려고 매입했다가 계획이 바뀌는 바람에 빈땅으로 남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 인근 화정동본당 신자들이 주말농장으로 이용했다. 농부학교 학생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솜씨는 어설펐지만 땀을 흘려가며 곡괭이질을 했다.

 주말농장이었지만 큰 돌과 자갈이 많아 일일이 골라내야 했다.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도 많았다. 겨우내 흙 속에 숨어 있다가 봄 햇살을 받고 올라온 시금치를 뽑는 일은 여성들 몫이었다. 농부학교 1기 출신 정지양(베드로, 농부학교 전 운영위원장)씨와 송인섭(안드레아) 운영위원장 등 선배들이 초보 농사꾼 멘토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날 담당교사로 나선 박정국(마르티노, 5기)씨가 "학생들에게 개인 텃밭을 분양하고, 동문을 위한 공동작물도 심을 계획"이라고 하자 학생들은 자신의 텃밭이 생긴다는 기쁨에 힘 든 줄도 모르고 구슬땀을 흘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자 초보 농사꾼들이 "허리가 아프다" "팔이 아프다"며 엄살을 떨었다. 선배들은 "한 번에 힘 다 쓰지 말고 여유를 가지세요"하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점심시간. 하늘ㆍ땅ㆍ똥ㆍ호미 등 모둠별로 자리를 펴고 앉은 이들은 각자 싸온 김밥과 주먹밥, 고추장 비빔밥, 나물 등을 나누며 즐겁게 식사했다. 삼겹살을 굽는 모둠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런 게 오병이어 기적이 아니겠느냐"며 웃음 지었다. 들판 식사에 농주(農酒)인 막걸리가 빠질 리 없다. 시원한 막걸리가 몇 순배 도니 들녘 농부 모습이 따로 없다.

 8기 수강생 김홍진(서울 쑥고개본당 주임) 신부는 "땅은 세상의 모든 더러움까지 겸손하게 품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낳는다"며 "땅을 일구는 농부들 마음속에서 하느님 뜻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종대(시메온, 64, 서울 당산동본당)씨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 이번 농사실습이 첫 농사인 셈"이라며 "겨울을 이겨내고 올라온 쑥과 풀을 보니 하느님이 주신 생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흙의 넉넉함을 배워야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시기 전에 흙(땅)을 먼저 만드셨다. 흙에서 나온 인간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 3,19).

 황창연(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신부는 환경에세이집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흙의 부드러움, 따뜻함을 느끼고 만물을 길러 내는 흙의 넉넉함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느님이 공짜로 주신 땅을 사고팔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인간이 삶의 여유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황 신부는 "심리학자들이 일주일에 한 번도



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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